英 진료지침 개정 “환자 얕보거나 비난하는 말 중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와 환자.

 

영국의사협회(General Medical Council, GMC)는 의사들이 환자를 앝보거나 비난하는 말을 해선 안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모범진료지침(Good Medical Practice)을 최근 개정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의하면 이 모범진료지침은 16쪽 분량의 문서다. 오늘날 영국 의사들에게 기대하는 직업적 가치, 지식, 행동 등을 담은 현대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영국의사협회는 각종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이 지침을 고쳤다.

이 지침은 케임브리지대 조 프리츠 교수 연구팀이 작성했다. 연구팀은 ‘환자를 얕잡아 보거나 비난하는’ 언어는 시대 착오적이라고 지적하고, 의료진에게 이런 단어나 문구를 쓰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새로 개정된 모범진료지침에 따르면 의사(일반의, GP)는 환자를 비하할 수 있는 언어를 쓰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불평’(complaint)을 하는 환자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따라서 이런 표현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 대신 환자에게 더 동정적으로 들리는 ‘문제'(problem) 또는 ‘걱정'(concern)과 같은 단어를 그 대신 써야 한다.

또 ‘흉통을 받아들이지 않다'(deny chest pain) 같은 문구를 ‘흉통이 없다고 보고하다'(report no chest pain)로 바꿔야 한다. 전자의 경우 환자를 의심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잘 듣지 않았다'(medication ‘failed’ to work)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약발이 잘 듣지 않는 게 마치 환자의 잘못인 것처럼 들린다. 따라서 그 대신 ‘약이 비효과적이었다'(a drug was ‘not effective’)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어린애처럼(childlike) 같은 단어는 의사들이 특히 당뇨병 진료에서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이런 문구는 환자를 ‘어린애 같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또한 진료 예약 때 의료진이 쓰는 용어도 개선해야 한다. 환자를 집에 ‘보내다'(send)라든지 환자의 체온(temperature)을 ‘측정하다’(take)라는 표현은 의사의 권위를 강조하고 잘난 체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환자들의 약물에 대한 ‘순응'(compliance)과 ‘비순응’(non-compliance)이라는 식의 용어도 권위주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의사가 어떤 음식을 환자에게 ‘허용한다’(allow)고 말하는 것에도 권위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그런 단어에 대해 속상해하거나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또한 혈당에 ‘좋은’(good) 또는 혈당에 ‘말을 안 듣는’naughty) 증상의 영향을 설명하거나 의료 전문가에게 ‘야단맞은'(scoled)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어린애 같은 표현을 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중점적으로 지적되는 이런 언어의 대부분이 진료 전반에 깊이 뿌리 박혀 있고, 의사들이 무심코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말로나 서류로나 간단한 단어 또는 문구가 ‘알게 모르게’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또 의사는 환자를 대면하고, 대면 진료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환자의 ‘필요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예약 유형에 대해 환자와 합의해야 한다. 의사들은 대면 진료 또는 원격 진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보장해야 한다.

연구팀은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실린 사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강력히 주문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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