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공포증, 전갈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 (연구)

[사진=ePhotocorp/게티이미지뱅크]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거미가 대표적인 공포 대상이다. 그래서 거미공포증을 칭하는 ‘아라크노포비아(arachnophobia)’라는 단어까지 존재한다.

거미공포증은 드문 공포증이 아니다. 인구의 약 6%가 거미에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보고된다. 사람은 거미를 두려워하도록 진화했고, 그 결과 이처럼 공포증을 느끼는 인구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체코 찰스대의 새로운 논문은 여기에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거미공포증이 거미에서 시작됐다기보다는 전갈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첫 번째 이유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거미 중 인간에게 잠재적으로 해를 가할 거미종은 단 0.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거미는 독이 있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 이처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거미종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이로 인해 인간이 굳이 거미에게 특별히 큰 공포감을 느낄 이유는 없었을 것으로 보았다.

또,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미종은 호주와 남아메리카 두 대륙에서 발견되는데, 현생 인류가 진화한 곳은 아프리카다. 무서운 독거미들이 유럽의 식민지화로 뒤늦게 인구가 늘어난 대륙들에서 발견되는 만큼, 아프리카에 살던 고대 인류가 독거미를 무서워했다는 설명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새로운 가설을 하나 세웠다. 인류는 거미에게 특별한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대신 사람을 위협하는 전갈에게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비슷한 체제(몸체의 기본 형식)를 가진 거미를 보고 똑같이 공포감을 느끼도록 진화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62종의 절지동물의 살아있는 표본들을 수집했다. 거미 15종, 전갈 10종, 거미류 5종, 바퀴벌레 10종, 기타 불완전 변태류 곤충 10종, 다족류 6종, 딱정벌레 4종, 게 2종 등을 각각 투명한 상자 안에 담았다.

그리고 실험참가자 329명을 대상으로 각 절지동물들에 대한 두려움, 혐오감, 아름다움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우선 아름다움은 공포감과 큰 연관성이 없었다. 무서우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동물들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도 있었다는 것.

두려움이 드는 종류들을 따로 분류한 결과에서는 뚜렷한 특징이 확인됐다. 거미와 거미류, 전갈 등이 두려움에 있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혐오감에 있어서도 이러한 동물들의 점수가 높았다. 이는 사람들에게 거미와 전갈이 비슷한 집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전갈은 매년 약 26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위협적인 존재다. 고대부터 존재했으며 독을 가진 전갈들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 서식한다. 고대 조상들은 이러한 전갈에 공포를 느꼈으며 이후 진화 과정에서 거미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즉, 전갈에서 시작된 공포감이 오늘날 거미공포증의 시작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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