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연구소 기원설, 단순 음모론 아닌 과학적 근거는?

[사진=Yuuji/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연 발생설과 실험실 기원설 중 후자를 단순 음모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가설이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심이라는 근거가 있다.

최근 영국 언론들은 세계 과학자 협력팀인 ‘드래스틱(DRASTIC. Radical Autonomous Search Team Investigating COVID-19)’의 공개 문서를 바탕으로, 중국 우한 연구소가 코로나바이러스 조작 연구를 미국에 제안했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기원설은 이를 의심할만한 보다 구체적인 실체를 갖게 됐다는 의견들이 있다. 또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엔 그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지난해부터 사람들이 연구소 기원설을 주장한 근거에는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Antiviral Research)≫에 실린 프랑스와 캐나다 공동 연구팀 논문 등이 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이 논문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변별되는 지점이 발견된다. 또한, 이 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했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설명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염기서열을 살펴보면 PRRA(프롤린, 아르기닌, 아르기닌, 알라닌) 등 4개의 아미노산이 일렬로 삽입된 부분이 확인된다. 이는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가 결합하기 쉽도록, 퓨린이라는 효소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손질할 수 있도록 돕는다. 퍼즐을 맞추듯 인체에 침투하기 좋은 형태로 바이러스의 돌기 부위를 예쁘게 도려낼 수 있도록 변형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일부 의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침투하기 좋은 형태로 잘려나갈 수 있게 4개의 아미노산이 삽입된 부분이 무척 부자연스럽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이므로 기본적으로 변이가 잘 일어나지만, 하나의 염기가 아닌 4개의 염기가 나란히 그것도 인체 세포와 잘 결합되도록 편입된 점은 자연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박쥐나 천산갑 등 동물에서 바이러스가 전달됐을 것이란 가설을 보다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로 믿는 사람들이 많으나, 해당 논문에 의하면 해당 동물들이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PRRA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이 같은 변형이 일어났기 때문에 기존의 그 어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사람 사이에 전파가 잘 되는 막강한 전염력을 갖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구팀도 현재는 야생동물, 농장 사육동물, 수산물시장 동물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것이란 근거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점도 연구소 기원 가설이 추진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WHO 국제연구팀이 네이처(Nature) 홈페이지를 통해 실험실 기원 가설에 대한 추가 연구 의지를 밝힌 가운데, 중국 측은 적극적으로 자료를 공유하길 망설이는 상황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사람이 만든 바이러스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연구소 기원설도 조심스럽게 접근해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또한, WHO 국제연구팀은 중국의 비협조로 이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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