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톨 담배 피우면 금연 확률 53% 더 낮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멘톨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금연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금연을 시도한 전국의 흡연자 약 4만 6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분석했다. 그 결과 멘톨 담배 흡연자(연구 참여자 중 약 40% 차지)가 다른 담배 흡연자보다 담배를 끊는 데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을 시도하기 전에 멘톨 담배를 피운 흡연자는 다른 담배를 피운 흡연자보다 1개월 이상 금연할 확률이 약 28% 더 낮았으며, 특히 1년 이상 금연할 확률은 약 53%나 더 낮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수 년 동안 모든 가향 담배 및 시가를 금지하기로 했지만, 멘톨 담배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FDA는 지난 4월에도 멘톨 담배 금지를 제안했으며, 내년에 멘톨 담배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구의 제1저자인 에릭 리아스 조교수는 “지금까지 관찰 연구에서 얻은 최상의 데이터”라며 “FDA의 멘톨 담배 금지 추진이 옳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 제조업체들은 담배 연기의 자극을 줄이기 위해 1920년대에 청량감과 감각 마비 특성을 지닌 멘톨을 담배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멘톨 성분 때문에 젊은이들이 더 쉽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흡연자들도 담배를 더 많이 피워 니코틴 중독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흑인 흡연자의 약 85%가, 백인 흡연자의 약 30%가 각각 멘톨 담배를 피운다는 점을 들어 특정 소수집단에 미치는 불균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연구팀은 흑인 흡연자의 금연율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게 멘톨 담배의 흡연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보고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앞선 일부 연구에서 멘톨이 담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멘톨이 금연을 더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대부분 소규모 연구에 그쳤다. 이번 연구는 관련 연구 중 최대 규모다.

연구팀은 FDA가 지원한 전국 조사(담배와 건강에 대한 인구집단 평가)의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이 1개월(30일) 및 1년 동안 금연할 확률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미국의 대표 표본에 포함된 흡연자(미국계 흑인이 약 17% 차지)를 대상으로 2013~2018년 네 차례 설문조사를 벌여 특정 개인의 흡연 습관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멘톨 담배에서 향이 없는 담배로 바꾼 흡연자가 멘톨 담배를 계속 핀 흡연자보다 금연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은 피우는 담배 개피 수를 점차 줄이거나 완전히 끊어 금연을 시도한 것으로 간주됐다.

캐나다는 2017년 멘톨 담배에 대한 금지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으며, 뒤 이은 연구에서 흡연자의 금연 사례가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Effects of menthol use and transitions in use on short-term and long-term cessation from cigarettes among US smokers)는 영국 의학저널(BMJ) ‘담배 연구(Tobacco Control)가 싣고, 미국 헬스케어 온라인 매체 스탯뉴스가 소개했다.

한편 캐나다 성미카엘 병원의 2012년 연구 결과를 보면 멘톨 담배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 흡연자들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계 흑인이 아닌 사람과 여성은 이런 위험이 약 3배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멘톨 담배 등 각종 가향 담배에 대한 해외 규제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향 담배의 규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향 담배는 인위적인 맛이나 향을 느낄 수 있게 멘톨, 설탕, 감미료, 계피, 생강 등 성분을 첨가한 것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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