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공존하는 ‘침묵의 팬데믹’이란?

[사진=Bohdan Skrypnyk/gettyimagesbank]
매년 전 세계 70만 명이 ‘슈퍼버그’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위협적인 존재다.

최근 미국의학협회 의료저널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슈퍼버그에 대한 새로운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을 발표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항생물질에 내성이 있는 슈퍼버그를 ‘당대 공중보건의 가장 큰 도전거리’라고 칭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병원의 항생제 과용으로 슈퍼버그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항생제 처방의 절반 이상이 권장사항과 불일치하며, 이러한 부적절한 약물 처방이 항생제에 내성이 높은 병원균들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약학과 데브라 고프 교수는 “우리는 항생제 위기에 처해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코로나 팬데믹과 동시에 존재하는 ‘침묵의 팬데믹’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필요 이상의 항생제 처방, 치료 실패율·사망률 높여

자마에 실린 CDC의 논문에 따르면 항생제 처방을 받은 환자 1566명 중 55.9%가 치료지침과 다른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특히 지역사회 획득 폐렴 환자와 요로 감염증 환자는 각각 79.5%와 76.8%가 지침과 다른 처방을 받았다.

필요 이상의 항생제 처방을 받은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문서로 확인 가능한 감염증 증상 기록이 부족했고, 60% 정도는 항생제 처방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었다.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많이 혹은 오래 처방 받으면 환자들은 항생물질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체내에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침투해 들어왔을 때 이를 사멸시키도록 설계된 약을 써도 그 효과가 떨어지거나 무력화된다는 의미다.

선행 연구들에 의하면 항생제 내성이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감염 발생 시 위중증 및 사망 위험이 높다. 이로 인해 입원 기간이 길고, 치료 실패율이 높아지며, 수술을 실시해야 할 확률 역시 커진다. 이는 의료비용 역시 증가시킨다. 항생제 내성 병원균을 없애는 치료는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보다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이번 CDC의 연구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항생제 처방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항생제는 여전히 과잉 처방되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퓨 자선 신탁’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감염 관련 입원 환자의 치료 옵션이 많지 않던 팬데믹 초기에 항생제가 과잉 처방됐다. 뚜렷한 코로나 치료제가 없던 지난해 상반기의 상황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도 보이지만,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보다 신중한 처방이 필요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항생제 처방 과잉으로 슈퍼버그가 활개를 펼치지 않으려면, 의료인 대상의 항생제 교육 및 지침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환자들 역시 항생제 내성과 슈퍼버그의 무서움을 인지하고, 항생제 처방을 목적으로 병원을 찾는 문제점 등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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