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고 애쓰지 말라”…행복 추구의 역효과

[사진=Aleksei Morozov/gettyimagesbank]
“행복해져야지”를 목표 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행복은 과연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보다 행복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높이 두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행복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연구들에 의하면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사람일수록 행복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TV나 소셜미디어를 보다보면 남들은 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도 행복해져야지”라는 강박을 갖게 된다.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들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이는 듣기에는 무척 좋은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행복은 매우 광범위하고 개괄적인 개념이다. 이를 목표로 삼으면 막연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행복에 도달하는 길을 찾기 어려워진다.

뇌는 부정적 정보에 민감…계속 행복할 수 없어

인간은 지속적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때로는 몸이 아프고, 안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될 때도 있고, 인간관계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이기 때문에, 계속 행복할 수는 없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안다면 행복은 더욱 목표가 되기 어렵다. 사람의 뇌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민감한 ‘부정 편향’을 한다. 따라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목표는 허상에 가깝다.

심리학자인 이타이 아이브찬 박사는 ‘사이콜로지 투데이’를 통해 “행복은 장기적인 목표가 아니”라며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의 감정은 변동을 거듭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목표 삼으면 역효과가 발생한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미국심리과학협회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사람, 즉 인생에서 행복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감을 덜 느끼며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물음을 계속 던지고,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실패했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 자신을 실패자로 낙인찍으면 좌절하게 되고, 행복감은 오히려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슬픔, 화 등의 감정 역시 인생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은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불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질적으로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면 물욕이 강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물질적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재정적 스트레스는 실질적으로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해가 된다. 마음 정화를 위한 명상을 하거나, 힐링을 위한 여행을 다녀와도, 현실에 복귀하면 곧바로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여행 등의 특별한 상황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꾸준한 경제활동 등 현실적인 타협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단, 많은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는 돈이 행복감에 미치는 상한선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연수입이 10만 5000달러(1억 1550만 원)에 이르면, 그 이후부터는 수입과 행복 간의 비례 곡선이 그려지지 않는다.

왜 더 많은 수입이 생기는데,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돈을 통한 쾌락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안정감을 느끼는 수준까지는 수입과 행복이 비례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 돈이 쾌락을 위해 쓰이게 되면, 더 이상 돈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더불어 욕심은 끝이 없다는 이론도 여기에 적용된다. 자신이 목표한 수입에 도달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데, 막상 그 위치에 도달하면 그 이상의 욕심이 생겨 만족감이 떨어진다. 이는 인간이 자기 주변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행복을 위해선 매일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지난 2019년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뚜렷한 목표를 가졌을 때 조기사망률이 낮아진다. 목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체내 염증 수치도 더 낮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일을 할 때도 목표가 없고, 운동을 할 때도 억지로 하고, 쉴 때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방청소처럼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목표 의식이 있는 사람은 의욕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기분을 북돋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돈은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할 필요가 없는 인생의 한 수단이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막연한 목표 역시 인생을 보다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일 단위 혹은 주 단위, 혹은 그보다 큰 월 단위, 연 단위 등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인생에 항상 동기 부여를 해나가면, 좀 더 의욕적이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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