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마스크 써도 될까?

[사진=master1305/gettyimagebank]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해도 되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COPD나 심부전 질환이 있는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의 안전성을 규명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임상시험(시험 책임자 윤호주 교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걷기와 달리기를 전후한 환자의 심장박동수, 혈압, 산소포화도, 심전도가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하게 된다.

현재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논란이 많이 해소됐지만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혼란이 많았다. 나라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이 달랐고 세계보건기구(WHO) 등 일부 보건기구도 권고사항을 바꿨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정치적 주장도 나왔다. 코로나19 조작설 등 음모론까지 등장했었다.

같은 맥락에서 마스크가 흡입된 산소의 양을 줄이거나 이산화탄소의 양을 늘린다면서 마스크가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양대병원의 COPD 환자 대상 임상시험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애미대 의대에서 폐에 문제가 없는 의사와 COPD 퇴역군인 각 15명을 대상으로 이미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 결과(Effect of Face Masks on Gas Exchange in Healthy Persons and Patients with COPD)는 최근 미국 흉부학회 연보(Annals of the American Thoracic Society)에 실렸다.

연구 결과는 마스크 착용 여부가 조사 대상자들의 혈중 산소 농도나 이산화탄소 수치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예상대로 COPD 환자가 질환이 없는 참가자들보다 혈중 산소 농도는 낮았지만 마스크 착용에 따른 중요한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동안 숨이 가쁘다면 그것은 산소 농도가 줄거나 이산화탄소 수치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한양대병원의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질병관리청의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COPD는 흡연이나 가스 흡입으로 발생하는 폐의 비정상적인 염증반응과 이에 동반되어 불가역적이며 점차 진행하는 기류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사람의 호흡기 중에서 후두부터 폐포까지를 하기도(下氣道)라고 한다. COPD는 천식과 함께 대표적인 하기도질환이다. 지난 10년 동안 하기도질환은 한국인 사망 원인 7∼9위를 차지했다. COPD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고 WHO는 2020년에는 사망 원인 3위, 장애 원인 5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우 2003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전국 성인남녀 9243명을 대상으로 한 COPD 실태조사에서 국내 45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17.2%(남성 25.8%, 여성 9.6%)로 나왔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40세 이상의 성인 중 13.4%(남성 `9.4%, 여성 7.9%)가 COPD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3만 명 수준이지만 국내 환자는 320만 명이라는 추산도 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의 의학정보는 “COPD의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있는 잠재환자의 92%가 병원 진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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