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사람일수록, 씁쓸한 농담 즐겨…이유는? (연구)

우울한 사람은 씁쓸한 농담이 담긴 그림이나 글귀를 유머러스하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앱 등을 통해 재미있는 그림, 문구, 영상 등을 공유하는 것은 요즘 사람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문화다. 신문화인 만큼 이를 칭하는 공식적인 명칭은 없다. 짤막한 글귀나 사진, 그림 등을 흔히 ‘짤’이라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밈(meme)’이라 칭한다.

‘밈’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물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짧은 영상이나 메시지 등을 칭하는데 주로 쓰인다.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때로는 조악하고 단순해 보이는 밈 문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 몇 초만 할애하면 순간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에 용이한 이유 등이 밈 문화가 대중화된 이유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보니 연구자들 사이에 밈 문화를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사회학 관점, 정치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하고 정신 건강 문제와 연결해 연구를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보고된 연구도 정신 건강 관점에서 밈 현상을 연구했다. 이를 진행한 영국 셰필드할램대학, 옥스퍼드대학, 노섬브리아대학 공동 연구팀은 우울한 사람일수룩 우울한 내용을 담은 밈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울한 사람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과 다른 매커니즘으로 유머를 인지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연구팀은 우선 우울한 감정과 연관이 있는 밈 콘텐츠와 부정적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밈 콘텐츠 등을 수집했다.

위와 같은 콘텐츠가 그 예시다. 그림 A에는 상자 속 빈 공간을 채워 물건을 보다 안정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패드 한 묶음의 사진이 있다. 이 묶음에는 ‘빈 공간을 채운다(Void fill)’는 말이 적혀 있다. 그리고 상단에는 “이것(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는지 몰랐다. 그동안 술로만 채워왔는데”라며 씁쓸한 농담이 담긴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우울한 감정과 연관이 있는 밈 콘텐츠다.

반면 그림 B는 부정적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보다 일반적인 밈 콘텐츠다. 그림에는 오리들이 떠있는 물속에 개 한 마리가 어우러져 누군가를 쳐다보는 사진이 담겨있다. 그리고 상단에는 “우리가 오리한테 먹이를 준 걸 보더니, 오리인 척 하네”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밈 콘텐츠들을 영국인 154명에게 보여주고, 각 콘텐츠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는지,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공유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또 해당 밈이 우울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지의 여부도 판단하도록 했다.

더불어 실험참가자들은 우울증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에 응했다. 테스트 분석 결과, 실험참가자 중 56명은 우울증 징후가 전혀 없었고, 43명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우울증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두 그룹을 비교해 밈에 대한 생각 차이를 확인했다.

그 결과, 우울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한 밈 콘텐츠를 재미있어했으며 공감대를 느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경향을 보였다. 더불어 이들은 이 같은 콘텐츠가 우울한 기분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밈에 대한 반응은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울증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우울한 밈 콘텐츠를 보고 공감대를 느끼고 이를 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대감을 느낀다고 보았다. 사회적으로 좀 더 소속감을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밈을 본 실험참가자들의 기분이 실질적으로 향상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이번 연구에서 생략됐다는 점에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 단 이번 연구는 우울한 사람일수록 슬픈 음악을 즐겨듣고 이를 통해 마음을 달랜다는 선행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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