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빈혈이라도…치매 위험 증가(연구)

[사진=chombosan/gettyimagesbank]

혈액 속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은 가벼운 수준의 빈혈증도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높아도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평균 나이 65세의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서 이들 중 치매에 걸린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평균 12년간의 연구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1194명을 포함해 1520명이 치매에 걸렸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연구 결과, 빈혈증이 있는 사람은 빈혈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확률이 41% 높았으며, 다른 종류의 치매 발생 가능성은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혈증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은 혈액 내의 적혈구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혈색소)를 기준으로 하여 빈혈을 진단한다.

한편 연구팀은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낮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너무 높은 사람들도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은 적정 수치의 사람들에 비해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20% 높았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가장 낮은 사람들은 적정 수치의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29%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의 M. 아르판 이크람 박사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빈혈증이 있는 사람들의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와 함께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높아도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헤모글로빈이 치매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며 “헤모글로빈 수치가 치매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헤모글로빈 수치와 연관이 있는 다른 혈관 질환이나 대사 변화와 연관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레녹스 힐 병원의 심장 전문의인 사트짓 부스리 박사는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뇌에 전달하는 작용을 한다”며 “산소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손실되면 인지력 쇠퇴를 초래하고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모글로빈의 상승은 어떤 기저 질환에 대한 반응일 수 있는데, 이 질환이 신체에서 헤모글로빈을 더 생산하게 하며 이로 인해 혈액이 더 탁해지고 뇌로 가는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은 경우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Both low and high levels of hemoglobin linked to increased risk of dementia)는 ‘뉴롤로지(neurology)’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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