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생활 길수록 불만 폭발…’묻지마 범죄’ 양산

[사진=Photographee.eu/shutterstock]
최근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 시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듯,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가 잠재적 범죄자로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해 1990년대 중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일본 후생성은 2001년부터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생활을 6개월 이상 하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단일질환이나 장애의 개념은 아니다. 단 생리학적인 요인이 깊이 관여해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고, 장기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은 1990년대 20~30대였던 히키코모리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40~65세 사이 히키코모리가 약 61만여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히키코모리 생활이 길어질수록 불만이 쌓여 중년에 이르러 불상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히키코모리는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보인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고 ▲낮에 자고 밤에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다. ▲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심할 때는 폭력을 휘두르거나 스스로를 영웅시하며 자기만족을 꾀한다.

히키코모리에 이르는 이유는 이웃·친척들과 단절된 생활,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부적응, 취업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사교성 없는 내성적인 성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증상은 가볍게 시작됐다가 타인과의 교류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중증으로 빠져드는데 카운슬러와의 상담, 정신과 치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은 없다.

히키코모리 증상은 당사자의 자해나 자살, 가족에 대한 위협이나 폭행, 더 나아가 묻지마 범죄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하면 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수진 과장의 설명이다. 가족이나 주변에서 외부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억지로 이끄는 것은 위험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설득을 통해 취미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게 하려면 사회단체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이수진 과장은 “히키코모리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게 중요하다”며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 자신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계속해서 심어주어 학습된 무기력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생산적인 성격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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