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백신 괴담’을 부추기는가?

[슬기로운 백신 생활 ①] 끊이지 않는 백신 불신

[사진=KatsiarynaKa2/shutterstock.com]
백신 예방접종은 감염병(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은 국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보건의료 체계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더 나아가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백신 거부 운동은 급기야 ‘집단 면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홍역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코메디닷컴’은 의사, 과학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백신을 둘러싼 이런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불안의 근거는 얼마나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슬기로운 백신 생활’을 모색한다.

“그렇게 문제될게 없음 네 자식 팔에 한 대씩 놓고 얘기해라. 네 자식 아니면 발암 물질 독극물을 주입했는데도 이상 없다고 넘어가도 되나.”

최근 문제가 된 경피용 BCG 백신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문제의 백신은 첨부 용제 생리식염수에서 0.26피피엠의 비소가 검출됐다. 무게로 환산하면 0.039마이크로그램 정도 된다. 식약처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첨부 용제의 비소 기준 0.1피피엠을 넘는 만큼 회수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주사제 1일 허용 노출량이다. 국제 가이드라인에는 체중 5킬로그램 기준으로 매일 주사를 맞을 경우 1.5마이크로그램까지 비소 노출을 허용하고 있다.

백신에서 검출된 비소는 국제 기준의 38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주사도 매일 맞는 것이 아니라 단 1회만 맞는다. 또 주사제를 신체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발라 간접적으로 주입한다. 신체로 들어오는 비소의 양은 더 적다. 그나마도 신체로 들어온 비소는 72시간 이내에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

백신에서 비소가 발견됐지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매우 적은 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댓글처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다.

백신 불신, ‘오해’와 ‘부작용’의 쌍끌이

백신에 대한 불신이 표출된 일이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올해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독감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느냐, 3가 백신과 4가 백신 가운데 무엇을 맞아야 하느냐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독감 백신이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독감 유행 시기에 세계적으로 많은 독감 환자가 나왔다. 지난해에 겨울에 유행할 독감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많은 바이러스 가운데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바이러스로 백신을 만드는데, 예상 밖의 바이러스가 유행한 것이다.

독감 백신은 항상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종류도 많고 변이도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독감 예측은 성공적이다. 또 예측이 틀린다고 하더라도 예방접종하면 하지 않았을 때보다 독감에 걸렸을 때 덜 아프다. 하지만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행 독감 예측이 실패했다는 사실만이 백신 접종 논란을 키운 원인은 아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도 예방 접종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다. 포털 등에서 “독감 백신 부작용” 등으로 검색하면 ‘예방 접종을 하고 아팠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근육통부터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다거나 며칠 동안 학교를 가지 못했다는 등 부작용 사례도 다양하다.

사실 이런 사례도 엄밀하게 살펴보면 부작용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있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백신은 가볍게 바이러스에 접촉하면서 바이러스를 이겨낼 힘을 기르게 한다. 이때 가벼운 접촉이라도 몸에서는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진짜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와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열과 근육통 등이다. 그래도 증상은 진짜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보다는 가볍다.

하지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오해는 백신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다. ‘안 아프고자 맞은 백신 때문에 오히려 아팠다. 그런데 정작 그 백신은 효과가 없었다.’ 두 가지 사실은 예방 접종을 왜 하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충분하다.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는 몇 개 키워드만으로 백신의 부작용을 강조하고,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글 가운데 일부는 백신 접종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백신 불신을 부추기는 사람들

“백신 제품 설명서를 살펴보면 부작용이 극소수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백신은 10명 중 1명에게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제조사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백신의 부작용은 극소수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단체는 “예방접종 부작용 상담과 피해자 지원 사업”을 한다고 설명한다. 또 “예방접종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제공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백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 부작용을 인정하고 부작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는 정부의 영유아 예방 접종 스케줄 대신 자체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백신 스케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스케줄에서는 B형 간염, 수두, 일본 뇌염, 인유두종 바이러스, 독감, 로타 바이러스, BCG, A형 간염 등을 맞을 필요가 없는 백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B형 간염은 엄마가 바이러스 보유자일 경우 수직 감염될 수 있으니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의학적 검증이 부족하거나 내용을 잘못 해석하거나 과장 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MMR 백신은 이런 오류를 잘 보여준다. 1998년 영국에서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후 유럽에서 MMR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졌다. 2006년에 공식적으로 해당 논문은 조작이 밝혀지면서 철회됐다. 하지만 모임 측은 여전히 해당 논문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MMR 백신은 모임 측이 제시하는 안전한 백신 스케줄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백신에도 부작용이 있다. 가볍고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백신은 아주 많은 사람이 접종하기 때문에 아주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도우미(https://nip.cdc.go.kr/irgd/index.do)에서는 예방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과 국가 보상 제도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회복되지 않는 신뢰

백신에 대한 잘못된 주장은 특정 커뮤니티 밖으로도 전파된다. 누구나 쉽게 검색해서 내용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사용자가 이런 주장을 검증없이 전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는 지속적으로 전염병(감염병) 발병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을 높인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잘못된 논문으로 떨어진 MMR 백신 접종률 때문에 현재도 유럽에서 주기적으로 홍역 유행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신뢰가 회복이 안 되면서 이탈리아의 경우 예방접종을 안 하면 부모에게 아동 학대죄로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왜곡 정보가 낳은 백신 불신이 사회 비용을 유발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자궁경부암과 관련 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 그 예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은 2013년 일본에서 부작용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예방 접종률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해당 논문은 철회되고 예방 접종률도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충분한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백신 괴담’의 또 다른 효과다.

이 기사는 ‘국민 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 보도입니다.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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