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낙태죄는 외면하나?

“임신 중지를 한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낙태죄’ 폐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에 거는 최소한의 요구다.”

3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는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선언했지만, 현재 그 어느 곳에서도 여성의 건강권과 시민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낙태죄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먼저 지난 청와대의 청원을 예로 들었다. 2017년 ‘낙태죄’ 폐지와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이 23만 명을 돌파했다. 청와대는 이 청원에 대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하며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금 어떤 대책도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질 끌다 책임을 넘긴 헌법재판소

지난 1일 헌법재판소 5기 재판부의 임기가 만료됐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임신 중지를 처벌하고 있는 형법 269조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를 끝내 선고하지 않았다.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여성과 시술 의사만을 처벌하고 있는 형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은 또다시 ‘나중에’로 미루어진 것이다. 모낙폐 측은 ‘낙태죄’ 위헌 결정을 차기 재판부로 미룬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제 생각에 이 문제는…”

지난 5월 24일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 시 법무부의 공식 의견은 논란을 불러왔다.

법무부는 “임신은 남녀 성교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성범죄 등으로 인한 임신을 제외하면 자의에 의한 성교는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임신이 성교의 결과이며 이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원치 않은 임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법무부 측 대리인은 “제 생각으로는 이 문제는”이라며 답변하다가,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에게 이 자리는 대리인의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요지로 질책을 듣기도 했다.

모낙폐는 “여성의 실질적인 재생산 경험과 이를 제약하는 수많은 구조적 조건을 외면한 채, ‘낙태’를 성적 방종과 무책임한 행위로 호도하며 관계 부처 협의조차 시도하지 않는 법무부는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 수술’은 비도덕적이라는 보건복지부

2016년 보건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비도덕적 시술로 규정하는 ‘의료관계 행정 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강력한 사회적 반발에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8월 17일 복지부는 해당 개정안을 발표했고, ‘불법 낙태’를 집도한 의료인에게 1개월의 자격 정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대규모 ‘낙태 파업’을 불러일으켰다.

모낙폐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결정을 미루겠다고 결정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2년 전 실패했던 개정안을 슬그머니 처리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 시 보건복지부가 ‘의견 없음’으로 통보한 것 또한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모자보건법 관련 부처인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공식 의견서를 내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

[사진=Truba7113/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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