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패러독스’, 허리 굵을수록 뇌경색 ↓

허리둘레가 굵을수록 뇌경색 증상이 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단 혈관 질환이 발생한 후에는 오히려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사람이 병을 더 잘 극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비만 패러독스’라고 한다.

을지병원 신경과 강규식 교수팀이 비만 패러독스의 원인이 뇌경색 발병 당시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 분석으로 증명했다. 뇌경색 환자 1403명의 허리둘레와 미국국립보건원(NIH) 뇌졸중 척도 점수를 분석한 결과, 뇌경색 환자 중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이 마른 사람과 비교하였을 때 심한 뇌경색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60% 낮았다.

대한비만학회에서는 허리둘레가 성인 남자에서는 90센티미터 이상, 여자에서는 85센티미터 이상일 때 복부 비만으로 진단하고 있다. 강규식 교수는 1403명의 뇌경색 환자를 허리둘레에 따라 구분한 후 비교 분석했다.

NIH 뇌졸중 척도는 뇌졸중의 증상 및 증후가 얼마나 심각한지 나타내는 점수로 증상이 없는 0점부터 시작해 가장 심한 단계인 42점까지 나뉜다. 강 교수는 NIH 뇌졸중 척도가 4점 이하인 경우를 경도의 뇌졸중, 11점 이상인 경우를 중증의 뇌졸중으로 보고, 허리둘레와 뇌졸중 중증도와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가장 낮은 허리둘레(남자 80센티미터 미만, 여자 75센티미터 미만)를 가진 환자와 비교하였을 때, 남자의 경우, 90센티미터 이상에서 중증의 뇌경색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60% 감소, 85~89.9센티미터에서 30% 감소했다. 반대로 더 가는 허리인 80~84.9센티미터는 30% 증가했다. 허리둘레가 굵을수록 심한 뇌경색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여자의 경우, 82~88.9센티미터에서 중증의 뇌경색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60% 감소하며 89센티미터 이상은 30% 감소, 75~81.9센티미터는 20%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남자와 달리 여자는 비만보다는 과체중에 속하는 통통한 체격이 심한 뇌경색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강 교수는 “이 연구에서 남자환자의 평균연령은 64세, 여자환자의 평균연령은 72세이다. 노인의 경우 저체중은 건강이 나쁘다는 지표일 수 있고, 오히려 약간 과체중인 것이 양호한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은 뇌경색이 발병했을 때 증상이 가벼워 회복이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복부 비만은 뇌졸중 등 각종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므로 젊은 나이 또는 중년에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가장 좋은 것은 복부비만이 없어서 아예 뇌경색이 발병하지 않는 것”이라며 “뇌경색 증상이 약하게 발생한다고 해서 일부러 복부비만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학술지인 ‘신경학 연구(Neurological Research)’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진=khomkrit sangkatechon/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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