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만 있는 자살 현장, 이대로는 곤란하다

‘자살률 1위 국가’ 오명을 벗기 위한 국가 대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나 분산된 통계 데이터, 자살 예방 전문 인력 부재로 인한 현장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자살예방포럼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살 얼마나 심각한가? 통계는 제대로인가’를 주제로 제1차 정책 세미나를 주최했다. 지난 2월 출범한 국회자살예방포럼에는 여야 국회의원 38인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 정부, 시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주제 발표에 나선 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실효성 있는 자살 예방 정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가 도로 곳곳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것과 달리 자살 사망자 통계는 경찰청, 통계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각기 다른 양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일관된 데이터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창수 센터장은 “경찰이 수합하는 자료는 ‘타살이냐, 자살이냐’를 밝히기 위한 수사 목적이 가장 크다”며 “자살 위험자, 자살 유가족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인력도 많다”고 말했다. 한 센터장은 “현재는 경찰이 현장에서 자살 위험자를 발견하더라도 전문 의료 기관 등에 입원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상위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창수 센터장은 자살 예방, 자살 유가족 대응을 위한 통계 자료 개선을 위한 방책으로 ▲ 표준화된 자살 신고서 개발 ▲ 자살 통계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영 ▲ 자살 사망자에 대한 전문 인력 동원 조사 등을 제시했다.

김종민 경찰청 생활질서과 과장은 자살 신고 관련 경찰 대응 현안을 전했다. 김 과장은 “2017년 한 해 6만8000여 건, 매일 187건가량의 자살 신고가 접수됐다”며 “자살 신고 1건당 위치 확인, 구조 활동 등으로 투입되는 경찰 인력은 10명 정도”라고 말했다.

김종민 과장은 “정황상 자살 동기가 명백한 사람도 있지만 한 달 이상 수사를 요하는 사건들도 있다”며 “표준화된 사건 신고서 지침에 따를 경우 충분한 수사 없이 타살이 자살로 기록될 위험, 유족 측의 거센 항의에 부딪칠 가능성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민 과장은 “자살 사건 대다수가 야간, 휴일에 발생하기 때문에 상시 대기 중인 경찰이 현장 수습에 투입되지만 상담, 의료 기관 연계 등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 과장은 “법 개정, 제도 정비를 통해 전문적 조치와 행정 처리가 가능한 전담 인력이 자살 위험자 및 유가족 대응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같은 날 오전 유명을 달리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참석자들의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사진=ker_vii/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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