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조기 발견? 지방-근육 감소에 주목

우리 몸의 지방 및 근육 조직에 손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잘 살피면 췌장암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췌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혈액검사 등의 미비로 인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치료 경과)가 나쁜 대표적인 암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생물학과, 코흐 통합암연구소의 로라 다나이 박사 연구팀이 췌장암 진단에 활용되는 체중 감소의 원인을 규명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췌장암의 85-90%를 차지하고 있는 췌관 선암(PDAC)의 발생 초기,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지방과 근육 조직이 점차 소실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선암이란 선(腺) 세포, 즉 샘 세포에서 생기는 암을 말한다.

이어 초기 췌관 선암 환자의 증상을 살펴 본 결과, 췌관의 외분비 세포 등의 퇴화로 인해 췌액 분비가 적어지면서 지방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격근(힘줄에 의해 뼈에 붙어 있는 근육)의 소실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체중 감소 및 말초 조직의 손실이 본격화하면서 췌장암의 전형적인 증상이 드러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도 몇 달에 걸쳐 평소 체중의 10% 이상이 줄어들면 췌장암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이 연구결과(Altered exocrine function can drive adipose wasting in early pancreatic cancer)는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이 논문을 잘 활용하면 췌장암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체중 및 지방 감소는 일반인이 감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이 등산이나 헬스 등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다이어트 효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가족력 등 췌장암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 운동 효과와 별도로 지방 및 근육 조직을 점검할 수도 있다.

췌장암이 ‘최악의 암’인 이유는 암 생존율이 꼴찌이기 때문이다. 환자 10명 중 1명만 5년 생존이 가능하다. 완치의 잣대로 활용되는 5년 상대생존율이 10.8%에 불과하다. 대장암(76.3%), 위암(75.4%)과 비교하면 예후가 얼마나 나쁜지 잘 알 수 있다.

췌장의 암은 몸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 증상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일찍 진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도 아직 없다. 따라서 췌장암의 가족력이나 만성 췌장염이 있는 사람은 일상적인 암 예방법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의심이 들 때마다 주치의와 함께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필요한 경우 초음파 내시경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좋다.

췌장암의 증상은 체중 감소와 함께 배 주위의 통증, 황달, 소화장애, 당뇨의 발생이나 악화 등이다. 약 90% 환자가 명치나 복부 주위의 통증을 느끼지만 강도가 세지 않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복부의 통증은 췌장 주위로 암이 파고들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통증 없는 상태에서 의사와 상담하는 환자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담배부터 끊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1.7배 이상이다. 만성 췌장염도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모와 형제 중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 연령과 상관없이 두 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유전성을 의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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