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겪는 대학생, 정신 건강 적신호

많은 대학생이 대학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불안, 우울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내 자살을 시도한 대학생도 일반인보다 두 배가 많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회교육희망포럼. 전국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협의회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학생, 불안-우울도 ‘홀로 이겨내기’

오혜영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상담센터 특임교수는 ‘대학(원)생의 심리적 위기 실태’ 발표를 통해 대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장 대학생은 대학 졸업 후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라졌다”며 “대학을 생존과 경쟁을 위한 공간으로만 인지하고 대학 생활에서 겪는 불안과 분노를 혼자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오혜영 교수는 “많은 대학생이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스펙 쌓기에 돌입하며 ‘대2병’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신입생 때는 비교적 안정적인 정서 상태가 2학년을 거치며 학년이 높아질수록 우울, 불안, 대인관계 예민함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

오혜영 교수는 “2018년 2월부터 한 달간 전국 대학생 260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7%가 학업과 관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했다. 또 많은 학생이 불안(41.2%), 섭식 문제(23.5%), 우울(18.8%) 등 항목에서 심리 건강상 위험군에 속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대학생도 일반인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14.3%가 자살 위기 항목에서 위험군, 잠재 위험군에 속했다. 특히 최근 1년 이내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1.6%로 우리나라 전체 자살 시도율 0.8%보다 2배 많았다.

대학 심리 상담 센터, “제대로 된 지원 없다”

대학생의 정신 건강이 적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대학 내 대응 체계는 미비한 수준이었다. 김인희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전국 대학 중 119개 기관에 상담 센터가 있으며 이 가운데 인권 센터가 분리되어 있는 대학은 18개 기관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인희 위원은 “전문 인력 1인이 심리 상담, 직업 상담, 인권 교육 업무를 모두 감당하는 상담 센터도 많았다”고 전했다.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전국 35개 대학 상담 센터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응답 기관의 45.7%가 1000만원 미만의 운영비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51.4%는 정규 전문 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학생의 정신 건강 지원은 개별 대학의 역량만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대학 내 상담 센터에 안정적인 전문 인력, 관리자급 인력이 투입되도록 교육 당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 평가에 ‘진로 및 심리 평가’는 3점짜리 항목으로 책정되어 있다. 문상연 교육부 대학학과제도과 과장은 “기존 상담 관련 항목은 취업, 진로 상담에 한정되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문 과장은 “개별 대학뿐 아니라 교육부 내부에서도 고등 교육 재원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며 “2018년부터 교육부의 일반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대학생 정신 건강 지원을 위한 정책을 폭넓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다만 대학생의 정신 건강 문제를 어떤 방향에서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 당국의 입장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희 위원은 “대학 내 기구는 사법 기관이 아니다”라며 “‘피해자를 감추고 가해자를 내쫓는’ 구조가 아닌 양 당사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적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제일 전국대학교 학생상담센터 협의회 회장은 “대학 상담 센터 평가에 학생 1인당 예산, 정규직 인력 여부 등 정량적인 항목을 추가한다면 실태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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