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진단 앞당기는 길 열렸다”

자폐증은 뇌의 일부 기능에 이상이 생긴 발달장애다. 대체로 사회성과 의사소통능력을 결정짓는 뇌 영역에 문제가 생긴다. 자폐증의 징후는 아이가 말을 하고 상호 소통을 하기 전까진 분별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만 2세 이후 진단이 내려진다. 그런데 최근 자폐증 진단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내용이 발표됐다.

뇌가 특정한 기능을 고정적으로 담당하는 시기에 이르면 자폐증을 완화하거나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자폐증 진단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기 위해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네이처(Nature)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그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연구팀이 생후 6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뇌 스캔을 해 어떤 아기가 자폐증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 진단을 받은 형제가 있는 아기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자폐증 가족력이 있는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자폐증 위험률이 20%가량 높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MRI 스캔을 이용해 생후 6개월, 12개월, 24개월에 이르렀을 때 아기들의 뇌를 측정했다. 그리고 2세에 이르렀을 때 스캔 내용을 바탕으로 자폐증 여부를 진단했다.

그 결과, 2세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생후 6~12개월 사이 이미 뇌의 피질 영역의 신경세포가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영역은 외부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시각, 후각, 청각 등을 통해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2살이 됐을 때 자폐증의 첫 징후가 나타나지만 이때는 이미 자폐증이 없는 아이들과는 다른 뇌의 성장 패턴을 경험한 이후라는 게 연구팀의 강조점이다. 자폐증으로 인한 뇌의 변화는 생후 12개월 이전에 벌써 일어난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자들도 뇌 스캔을 통해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뇌 크기, 신경세포 성장의 차이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자폐증 진단을 받기 전과 진단을 받게 되는 시점까지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 가족력이 있는 아기 318명과 가족력이 없는 아기 117명을 대상으로 아기가 두 살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이 실험을 통해 자폐증 가족력이 있는 1살짜리 아기의 향후 자폐증 진단 가능성을 80% 정확도로 예측했다. 이 같은 측정방법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자폐증 진단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자폐증 진단 시기가 빨라질수록 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Alliance/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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