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액 튜브에 발암성분? 식약처, 수액세트 회수명령

병원에서 환자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튜브에서 환경호르몬 성분이 검출돼 보건당국이 회수조치를 내리면서 관련 업계와 병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벼운 병을 치료하려고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암이나 내분비계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 E, H와 또 다른 H사 등 업체 4곳에서 생산한 수액세트에서 프탈레이트(DEHP) 성분이 검출함에 따라 회수조치를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 업체가 공급한 수액세트는 국내 전체 공급량의 15~20%이지만 다른 업체들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07년 DEHP 함유 수액 백(링거 액 등을 담는 용기) 생산을 금지한데 이어 2015년 7월부터는 수액 백과 환자 몸에 꽂힌 주사기를 연결하는 튜브, 약품의 양을 조절하는 점적 통 등 수액세트에도 DEHP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장난감 등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PVC를 유연하게 만드는 가소제로 쓰는 DEHP는 사람의 간, 심장, 신장, 폐, 혈액에 영향을 미쳐 암과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고 생식기능도 떨어뜨려 정자 수 감소, 유산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지금까지 수액세트의 원료는 PVC가 아예 없는 ‘PVC free’ 제품과 PVC를 쓰되, 친환경 가소제로 알려진 TOTM(이하 PVC-TOTM)을 넣은 ‘DEHP free’ 제품으로 나눠져 생산돼 왔다. 그런데 이번 식약처 조사를 통해 ‘DEHP free’ 제품에서 DEHP 성분이 검출된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액세트 생산 업체가 일부러 DEHP가 있는 원료를 사용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수액 튜브를 생산할 때는 압출기에 튜브원료를 넣고 강한 열을 가해 녹이는 과정에서 PVC-TOTM의 분자 구조가 변형돼 DEHP가 검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몇몇 업체도 PVC-TOTM을 사용하지만, 이번 식약처 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PVC-TOTM을 생산하는 업체는 생각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식약처의 회수 조치로 인해 PVC-TOTM을 사용하는 업체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소제에는 TOTM 이외에도 DINCH를 비롯한 다른 친환경 가소제도 있어 여전히 생산단가가 저렴한 PVC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가소제를 사용한 튜브가 유통되고 있다.

PVC-TOTM이 DEHP로 변형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친환경 가소제’가 정말로 인체에 무해한지 확신할 수 없게 되면서 PVC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PVC free’ 제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면역력이 크게 취약한 암 환자나 응급 환자, 소아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완전 PVC free’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DEHP free’ 제품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PVC이기 때문에 오일 성분이 함유된 분말약제를 사용할 때 PVC 성분이 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가소제는 PVC에 스며들어 효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방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수약물을 사용하는 암 환자 용 수액세트는 이미 급여(건강보험 적용)로 보장하므로 ‘PVC free’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Shutterstock/srisakorn wonglakorn]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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