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능력 과소 혹은 과대평가 된다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을 구분하는 능력이 사람에게 없었다면 세상은 진작 혼란에 빠졌을지 모른다. 다행히 우리는 얼굴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다.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숨을 쉬듯, 이 같은 능력의 중요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본인의 얼굴 인식능력이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인구의 2%는 얼굴 인식능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채 태어난다. 반대로 같은 비율의 또 다른 사람들은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얼굴 인식능력을 타고난다.

그런데 최근 실험심리학계간지(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얼굴을 인지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해도 본인의 능력이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는 통찰력까지 갖추긴 어렵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인식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할수록 9점,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록 1점에 가까운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자신의 실질적인 얼굴 인식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호주 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호주, 이탈리아, 벨기에에 거주하는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얼굴 인식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존의 얼굴인식 테스트와 연구팀이 새롭게 설계한 테스트를 가지고 실험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낯선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본 다음, 여러 사람의 얼굴 사진 중 앞서 본 사진 속 인물과 동일한 사람을 찾아내는 테스트를 봤다. 앞서본 사진과는 다른 조명,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진들이다. 연구팀이 새롭게 설계한 테스트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의 얼굴을 찍은 동영상을 본 다음, 영상 속에 등장한 얼굴과 동일한 얼굴이 담긴 사진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이 같은 얼굴인식 테스트를 받기 전 실험참가자들은 그들이 평소 사람 얼굴을 얼마나 잘 분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답했다.

실험 결과, 실험참가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얼굴인식능력과 실질적인 테스트 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선천적 얼굴인식불능증이 있는 1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신의 얼굴 인식 능력이 보통 사람들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사람은 자신의 얼굴 인식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걸까. 가령 영어나 수학 능력은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얼굴 인식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 우리는 사람을 구분할 때 얼굴뿐 아니라 상대방의 전체적인 실루엣, 의상, 목소리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하므로 오직 얼굴만 잘라놓은 상태에서는 본인의 능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이미지출처:sylv1rob1/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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