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기분개선 효과, 저평가 받고 있다”

왼발과 오른발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도보운동은 단 몇 분만으로도 기분 향상 효과를 일으킨다. 심지어 본인 스스로 기분이 좋아질 거란 기대감 없이 걸어도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최근 연구결과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가 진행한 이번 연구보고는 걷기운동에 대한 선행 연구와 상반된 관점을 제시한 첫 번째 논문이다. 기존 논문들은 걷기운동이 일으키는 기분개선효과가 신선한 공기, 자연친화적인 환경, 운동 목표를 달성했다는 만족감, 운동효과에 대한 기대감, 함께 운동하는 사람과의 교감 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감정저널(Journal Emotion)’에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걸을 때 발생하는 긍정적인 감정이 ‘움직임 그 자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시인류는 먹거리처럼 무언가를 찾기 위해 움직였고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도록 진화해왔을 것이란 추론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진짜 목적을 숨긴 채 수백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총 3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가령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있을 때 드는 감정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라는 식으로 실험 목적을 위장한 것이다.

첫 번째 실험은 12분간 학교 캠퍼스를 그룹지어 함께 걷거나 캠퍼스 건물 안을 혼자 따분하게 걷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어를 마친 뒤에는 유쾌함, 활력, 주의력, 자신감 등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기분 상태를 체크했다.

걷지 않을 때 일어나는 감정 상태를 비교하기 위해 일부 실험참가자들은 동일한 시간동안 제자리에 앉아 캠퍼스 투어 장소들이 담긴 사진을 감상하거나 캠퍼스 빌딩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시청했다.

두 번째 실험도 학생들에게 캠퍼스 투어를 하도록 했다. 단 투어를 마치면 2장 분량의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고, 에세이에 대한 토론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전제를 두었다. 이는 학생들에게 하기 싫은 일을 제시한 상태에서도 걷기가 기분 좋게 만드는 효과를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설계다.

마지막 실험은 실험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한 그룹은 러닝머신에 앉은 채 10분간 영국 미술관에 대한 영상을 봤고, 또 한 그룹은 가만히 선 채, 나머지 한 그룹은 러닝머신을 걸으면서 봤다.

세 가지 실험 결과, 모두 걷기를 했을 때 실험참가자들의 기분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과제처럼 부담이 따를 때, 신선한 공기와 자연환경이 없는 실내를 혼자 걸을 때도 긍정적인 기분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걷기는 친환경적인 환경, 본인이 세운 목표나 기대감 없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일으킨단 것이다. 즉 기존 연구들은 걷기운동을 과소평가했단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또 우울하고 침울한 기분 상태에 있는 사람은 일단 일어나 걷기를 하란 조언도 덧붙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분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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