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은퇴가 불필요한 이유

 

누구나 은퇴 이후 노년기 삶에 대한 로망이 있다. 세계 일주를 한다거나 휴양지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노후를 꿈꿀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은퇴는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은퇴 이후 오히려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에게서 이 같은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늘날 독일이 탄생하는데 기여한 19세기 독일정치인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세계최초로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퇴직연금을 받는 시기로 정한 나이가 70세였다. 이는 당시 독일인의 기대수명을 넘는 나이다. 무늬만 복지정책이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받는 생활보단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노년기를 보다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가 오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 기준 기대수명 100세 시대도 꿈이 아니라는 예측이 있다. 지금처럼 60대 전후로 은퇴한다면 인생의 절반 가까이 일없이 지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 삶은 특히 남성에게 큰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남성은 본인의 정체성을 직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후반기로 갈수록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과 동료애 및 우정을 느끼게 되는데, 은퇴를 한다는 건 곧 이 같은 사교생활이 전부 끊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은퇴하는 순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빠지는 이유다.

은퇴를 인생의 큰 전환기로 보고 이에 대해 연구 중인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정신의학과 마닌 하이젤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상실감은 절망, 좌절, 우울증,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은퇴 후 오랜만에 얻게 되는 휴식은 남성들에게 일정 기간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도 이 같은 만족도 수치는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영국경제문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은퇴한 사람의 40%가 임상우울증을 보인다. 남성에게 일은 단순히 경제적 안정성을 이루는 수단이 아니다. 사회에 속해있다는 소속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일이 없는 세계로 들어선다는 건 ‘큰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노년층에 접어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공중보건과 경제성장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는 윈윈전략으로 보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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