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난 겪는 고등어, ‘국민생선’인 이유

몸에 좋은 식품으로 손꼽히던 고등어가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고등어 소비가 줄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고등어 생산 단체 관계자들이 3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번 ‘고등어 사태’는 환경부의 보도자료 한 장에서 발단이 됐다고 한다. 지난달 23일 환경부는 밀폐된 실험주택의 주방에서 재료별(고등어, 삼겹살, 계란 프라이, 볶음밥)로 오염물질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 고등어구이를 할 때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2,290㎍/㎥)는 대기 미세먼지의 ‘주의보’ 기준(90㎍/㎥)을 훨씬 초과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당초 의도는 요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은 창문과 주방 환풍기로 동시에 환기하면 15분 내로 90% 이상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고등어구이의 미세먼지 농도만 크게 부각되고 ‘환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 빈발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요즘 가장 심각한 건강 위해요인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때문에 애꿎은 고등어가 누명을 쓴 격이다. 대표적인 등 푸른 생선으로 꼽히는 고등어는 비교적 싼 가격에 몸보신을 할 수 있는 영양 만점의 식품이다.

고등어는 의사들과 영양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권하는 몸에 좋은 음식이다. 비타민 A 함량이 높아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고등어를 자주 먹으면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줘 호흡기 질환 예방에 좋다.

고등어의 비타민 A는 눈 건강에 필수적인 로돕신을 만들어 내고 피부와 점막 형성에도 관여 한다. 셀레늄 성분도 빼놓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고등어는 관상동맥질환을 막는 항산화제 중 하나인 셀레늄이 풍부해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좋다. 실제로 셀레늄 섭취가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3배나 높다.

고등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함유돼 있다.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이 80만여 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고등어 등 생선을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적게 먹은 사람들에 비해 유방암 발생이 1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메가-3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오메가-3는 몸에 흡수되면 아이코사노이드로 바뀌어 만성 염증을 줄여주는 작용을 해 각종 오염 물질로 찌든 폐 건강을 지키는데 효과적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고등어와 친해야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이 알코올 남용에 따른 두뇌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미국 로욜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의 동물 실험 결과 고등어의 기름이 술에 찌든 사람들의 두뇌 기능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고등어에는 DHA도 풍부해 자주 먹으면 혈장속의 중성지방이 감소해 뇌졸중, 고혈압 등 동맥경화 예방과 개선에 도움을 준다. EPA는 혈전을 해소시켜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혈압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혈액이 부드럽게 흐르도록 해 동맥경화 예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데 좋은 성분이다.

스웨덴 환경의학연구소 연구팀이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1899명과 건강한 사람 2145명을 조사했더니 고등어나 정어리와 같이 등 푸른 생선을 자주 먹은 사람은 거의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류머티스 관절염 진행 위험이 30% 정도 낮았다.

이처럼 좋은 성분이 많은 고등어는 구이를 할 때 중간 수준의 불로 구우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겉면이 노랗게 익기 시작하면 뒤집고, 프라이팬 기름을 수시로 닦아가면서 요리해야 한다. 고등어를 태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기가 날 때까지 태우면 어떤 식재료라도 미세먼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음식을 적당한 온도에서 서서히 굽지 않고 고온에 급속 가열하면 불완전 연소하면서 오염물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요리 후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는 창문을 열어서 환기 하면 15분 내로 평상시 수준의 농도로 낮아진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고 주방 환풍기(가스렌지 후드)를 작동해야 한다. 환기를 철저히 하면 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고등어는 구이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고등어조림을 만들어 무와 함께 먹으면 건강에 더욱 좋다. 무는 비타민 C와 소화효소가 풍부해 고등어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고등어에 없는 영양소를 보완해주고 맛을 더 낼 수 있다. 무의 매운 성분이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된장으로 고등어를 요리해도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다. 된장의 단백질 성분이 냄새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을 위해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삶거나 쪄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기를 해도 미세먼지가 걱정된다면 이참에 고등어조림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싼값에 맛과 영양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음식으로 고등어를 꼽았다. 서민과 함께 애환을 같이 한 고등어가 ‘국민생선’으로 불리는 이유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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