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자 나오는 금연광고 도입 추진

 

올해 55세인 미국인 션 라이트씨는 14세 때부터 아버지 몰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새 학교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였다. 흡연량은 점점 늘어 하루 한 갑 반을 넘어섰고, 결국 한창 때인 40대 중반에 인후암 판정을 받았다. 수십 가지 방사능 치료를 거쳐 3년 만에 간신히 금연에 성공했지만, 이미 목소리를 잃은 뒤였다. 수술로 후두를 제거한 그는 인공 후두에 기대 대화하고 있다. 90일마다 인공후두를 새 것으로 바꿔야하는 불편도 덤으로 얻었다.

흡연으로 건강과 목소리를 잃은 션 라이트씨는 현재 팁스(Tips)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팁스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표적인 증언형 금연캠페인이다. 오랜 흡연으로 암과 뇌졸중, 후두암에 걸린 환자와 임산부, 금연성공자 등 다양한 과거 흡연자들이 실제 자신의 흡연 피해 경험담으로 금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최근엔 흡연으로 병을 얻은 환자들이 힘겹게 삶을 이겨내는 모습의 새 광고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증언형 금연캠페인이 추진된다. 대한금연학회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공동으로 오늘(30일) 증언형 금연캠페인의 도입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 날 세미나에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금연홍보 책임자들과 팁스 캠페인에 참여해 온 션 라이트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란셋과 미국예방의학저널 등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팁스 캠페인을 통해 금연시도율은 12% 상승했고, 흡연자에 대한 금연권고율은 배나 높아졌다. 164만명의 미국 흡연자가 추가로 금연을 시도했고, 470만명의 비흡연자들이 흡연자에게 금연을 추천해 결과적으로 1만7000명의 조기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금연광고는 시도된 적 있다. 지난 2002년에 폐암으로 사망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TV 금연광고에 직접 출연해 후회 짙은 목소리로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리다’란 금연메시지를 전했다. 실제 이 광고의 후폭풍은 놀라웠다. 광고 후 성인 남성 흡연율이 70%에서 50%대로 급락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한국형 팁스 캠페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학회 등 전문가 단체와 협력해 캠페인 참여자 모집과 사전 조사 등을 거쳐 경고그림이 도입되는 오는 12월에 맞춰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증언형 금연광고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의 팁스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효과가 높은 새로운 형태의 금연광고를 기획해 흡연예방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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