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주판’, 암산능력 향상시킨다”(연구)

 

계산도구의 일종인 ‘주판’이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한때 주판을 배우는 주산학원이 성행했던 적도 있으나 전자계산기가 보편화된 이후 점점 주판 사용인구가 줄어들다가 요즘엔 거의 보기 힘든 고전이 됐다. 그런데 이러한 고전적 계산기구가 아이들의 계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문가 수준으로 주판을 다루는 사람들은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산술 연산을 한다. 간혹 매체를 통해 등장하는 암산 능력자들이 이처럼 주판 실력자라는 점에서 주판과 암산 능력 사이의 깊은 연관성은 어렵지 않게 유추 가능하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주판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주판에 달린 구슬을 손으로 옮길 때처럼 머릿속에서 구슬을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하버드대학교 등 5개 대학 공동연구팀은 자선단체가 후원하는 인도 학교에 다니는 5~7세 아동 183명을 대상으로 3년간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아동들을 대상으로 인지능력과 계산능력을 테스트한 다음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주당 3시간씩 주판 교육을 받도록 했다. 첫 해에는 직접 손으로 주판을 움직여 계산하도록 했고, 2년간은 주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암산을 하도록 했다. 또 한 그룹은 동일한 기간 동안 주당 3시간씩 추가적인 산수 수업을 받았다.

3년이 지난 뒤 아이들의 계산능력과 인지능력을 재평가했다. 그리고 주판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대조군보다 계산과 자릿값 이해력이 확연히 뛰어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학교에서 보는 산수와 과학 성적도 보다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단 이 같은 주판 훈련이 인지능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또 수학에 대한 아이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 역시 줄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주판효과가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계산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계산능력을 향상시키려면 표준적인 산수교육보다는 고전적인 계산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계산능력은 인지능력을 발전시키기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지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의의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아동발달(Child Development)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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