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약사들… “개비스콘, 스트렙실 안 팔아”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가 고개를 숙였지만, 이 회사 제품들은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는 성난 여론에 약사들도 적극 동참해 대형마트는 물론, 약국에서도 옥시레킷벤키저의 제품은 퇴출되는 분위기이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위장약 개비스콘과 인후염약 스트렙실로 국내에서 높은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약인 두 제품으로 옥시레킷벤키저가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액은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4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세제 옥시크린 매출의 절반에 이를 만큼 의약품 비중 또한 상당하다.

대한약사회는 사실상 옥시레킷벤키저의 의약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법적 문제를 고려해 단체 차원의 공식적인 불매운동이나 판매거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매운동에 공감한다는 뜻은 충분히 드러냈다.

약사회는 지난 달 27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지약 약사회와 회원약국에서 판매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판매거부 움직임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에는 대한약사회 산하 16개 시도약사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는 기업의 제품을 거부 한다”며 “옥시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유사한 사례들의 재발방지를 위해 우리 약사들은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곳곳의 약국에서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스트렙실과 개비스콘, 데톨, 비트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단이나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한약사회는 “해당 회사 제품 판매거부와 관련해 혹시라도 회원 약국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응을 위한 법적 검토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논란에도 꿈쩍 않던 옥시레킷벤키저는 올해 초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꾸리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5년 만에 늑장사과에 나서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2일 사과 기자회견에서는 두루뭉술한 피해 보상안을 내놔 가뜩이나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높은 1, 2등급 피해자와 향후 이러한 판정을 받을 피해자와는 협의해 오는 7월까지 독립적인 패널을 구성해 보상하고, 따로 마련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1, 2등급 이외의 피해자에게 쓸 계획이다.

하지만 보상 계획이 너무 포괄적인데다 영국 본사의 CEO가 지난해 390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아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외신까지 전해져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옥시레킷벤키저는 3일 추가설명을 통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과 당사 대표이사가 만나 적절한 보상에 대한 약속을 재차 확인시켰다”며 “6월까지 가능한 많은 피해자들과 소통해 보상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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