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물 식별능력, 아직 뇌보다 하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이 화제인 가운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물 인식 능력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사람은 곡선의 손잡이만 봐도 ‘컵’을 떠올리고, 귀나 코의 일부만 보고 ‘얼굴’임을 알아차린다. 컴퓨터는 이 같은 사람 뇌의 식별능력을 앞지르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와이즈만 연구팀은 “컴퓨터에 비해 인간의 식별능력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시각정보를 아주 세밀한 단위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컴퓨터 ‘시각정보’ 분야에서 객체 인식 능력은 컴퓨터 및 인공지능 연구팀의 도전 과제였다. MIT 연구팀은 어떻게 컴퓨터의 시각정보처리 모델을 인간의 뇌와 같이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연구팀은 수천 장의 이미지를 수집해 사진의 해상도를 낮추고 아주 잘게 쪼갰다. 객체의 일부만이 나온 흐릿한 사진을 인간과 컴퓨터에 각각 인식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과 함께 뇌의 점수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식별능력이 단연 돋보였다”면서 “객체의 일부만 나왔거나 낮은 해상도의 사진을 보고도 대부분의 인간은 어려움없이 객체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시몬 울만 교수는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나, 훈련에 상관없이 ‘객체 인식’ 능력은 인간 모두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탁월한 능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컴퓨터와 인간의 능력 차이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뇌 기능의 작동방식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단순한 정보에서 부터 복잡한 정보로 이동하는 ‘상향식 (bottom-up)’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이러한 ‘상향식’ 접근 방법과 ‘하향식’ 접근 방법을 동시에 자유자재로 이용한다. 즉 인간은 이미 뇌가 저장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를 꺼내 비교하며 눈앞의 객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뇌가 사진의 일부만 보고도 ‘객체’를 떠올리는 능력에 주목했다. 즉 인간이 이미지를 식별할 때 아주 작은 단위로 인식하는 것을 컴퓨터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고안된 컴퓨터와 로봇의 시각정보처리 모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의 뇌가 사물을 어떻게 식별하는지 연구하는 것은 새로운 컴퓨터와 로봇의 시각정보처리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열린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 발표됐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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