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 눈치… 영어로는 직역 불가 단어들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단어 ‘정’이나 ‘한’처럼 각 나라 특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들이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영어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만 최소 216개에 이른다.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는 ‘긍정심리학’은 영어를 사용하는 서구권 중심의 관점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긍정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것은 영어권 국가만이 아닌 듯하다. 최근 영국 이스트런던대학교 연구팀이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들을 심층 분석해본 결과, 영어로 직역되지 않는 긍정적인 표현과 개념들이 무수히 많았다.

학술지 ‘긍정심리학저널(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에 이러한 논문을 발표한 팀 로마스 박사팀은 이번 연구가 다른 나라의 긍정적인 심리를 학습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좀 더 풍부하게 하는데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단어가 많아진다고 해서 사람의 사고와 감정표현까지 풍부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학자들이 많다. 특정한 감정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어야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별한 감정이나 기분을 이해하기 어려울 땐 이런 단어들이 개념을 파악하는데 부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영어단어로 정확히 매치시킬 수 없는 ‘문자 그대로의 번역이 불가능한 단어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 상태나 개념을 담은 단어 216개를 찾아냈다. 또 이 같은 단어들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긍정적인 ‘느낌’= 스페인의 ‘Gula’라는 단어는 단순히 맛 때문에 특정 음식을 갈구하는 기분을 말한다. 또 ‘Sobremesa’라는 스페인어는 식사는 마쳤지만 아직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진행 중인 상태를 표현한다. 독일어로 ‘Schnapsidee’라는 단어는 술에 취했을 때 기발하고 엉뚱한 계획이 떠오르는 것을 칭하고, 스웨덴어 ‘Gokotta’는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일어날 때 드는 감정이다.

긍정적인 ‘관계’=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이나 친사회성을 의미하는 단어들도 있다. 가령 일본에서는 가족처럼 가깝게 느끼는 친구를 ‘Nakama’라고 칭한다. 또 필리핀 타갈로그어 중에는 상대방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꼬집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려운 상태를 칭하는 ‘기길(Gigil)’이라는 단어가 있다. 불교 용어인 ‘Karma’는 긍정적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행해야 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행위를 칭한다.

긍정적인 ‘성격’= 독일어로 ‘Sitzfleisch’라는 단어는 어렵고 지루한 일을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또 포르투칼에서는 곤란한 상황에서 교묘하게 벗어나는 능력을 ‘ Portuguese’이라고 칭한다. 헝가리어로 ‘Pihentagyu’는 세련된 농담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재치가 넘치는 사람을 칭한다.

연구팀은 영어로 직역이 불가능한 단어 목록들을 지금도 꾸준히 온라인 공간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현재 한국어로는 ‘한’, ‘정’, ‘눈치’, ‘사랑’ 등의 단어가 실려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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