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먹었는데… 툭하면 욱, 유전자 탓?

 

최근 자신의 충동과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거나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음주 여부에 관계없이 평소 충동적 행동이 잦은 사람들은 ‘유전적 하드웨어’에 그 기질이 내재돼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즉, ‘세로토닌 수용체 2B’에서의 유전적 변이가 있는 사람들이 충동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이 변이는 HTR2B Q20라 불리는데, 인구의 2.2%정도에서 나타난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연구진은 HTR2B Q20가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인 기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은 정상 상태의 사람들과 음주로 인해 취한 사람들로 구성된 두 그룹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두 그룹의 일상생활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그룹은 이 유전자 변이 수용체가 있는 핀란드인들로 구성됐으며 57%가 남성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변이가 없는 건강한 사람들로 구성된 대조집단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연구진은 유전자 변이 수용체가 있는 첫 번째 그룹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동안 상대와 싸우려고 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은 대조그룹보다 운전 단속에 걸리는 일도 잦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으면 알코올의 영향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알코올 중독에 의한 일탈 행위와는 다르다. 알코올은 뇌의 보상 부위에서 도파민의 수치를 높여 충동적 행동을 유발시키지만, HTR2B Q20가 있는 사람들은 충동행동조절 역할을 하는 수용체의 수를 더 적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분조절장애나 감정 기복을 더 심하게 겪기도 한다.

연구를 이끈 로페 티카넨 박사는 “이 유전적 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은 제정신 상태에서도 충동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감정조절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세로토닌 수용체 2B 유전자가 충동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충동성은 일 처리 능력이 빨라지는 일부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 후 여러 종류의 신경정신계 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이 설명이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이 소개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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