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깨어나고… 여성에겐 발칙한 약들

 

우리가 복용하는 약 중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약들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인 차이는 크지 않지만 생식과 성호르몬을 비롯한 몇몇 부분에선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약물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약학과 게일 앤더슨 교수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은 우선 몸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크다. 몸 크기가 작은 사람과 큰 사람이 동일한 양의 약물을 복용하면 효과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물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신체기관 중 신장은 약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나이가 들면 그 기능이 떨어진다. 신장 기능의 감퇴는 정상적인 노화현상이지만 남성보단 여성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이로 인해 약물 처리과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약물 대사 작용에 관여하는 간 효소 역시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인다.

여성은 과거 임상연구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도 약물 반응에 차이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970년대 가임연령대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를 법적으로 금지한 적도 있다. 당시 학자들은 남성에게 효과가 있는 약은 여성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약물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면제= 여성이 수면제 ‘졸피뎀’을 복용할 땐 일반 권장량의 절반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은 남성만큼 졸피뎀을 배출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약이 혈류에 좀 더 오래 머물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오전 내내 나른하고 몽롱하게 만들 확률 역시 높다.

아스피린= 아스피린이 심장마비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꾸준히 복용하는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아스피린 저용량은 여성의 심장을 보호하는데 큰 효과가 없다. 이 연구팀은 심장 건강을 목적으로 할 땐 남성만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을 권장했다. 단 뇌졸중과 관련해선 남성보다 여성에게 아스피린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타틴=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부 심장전문가들은 여성의 스타틴 복용을 우려하고 있다.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은 아스피린과 마찬가지로 남성 중심의 연구가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연구논문들에 따르면 스타틴을 복용하는 남성은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률이 떨어지는 반면, 여성에게서는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마취제= 수술 도중 잠이 깬다는 건 마치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섬뜩한 이야기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수술 도중 정신이 드는 일이 일어난다. 남성보단 여성에게서 3배가량 빈번하게 발생한다. ‘영국 마취저널(British Journal of Anaesthesia)’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남성보단 여성의 혈류에서 마취제가 더 빨리 줄어들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생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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