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날듯 말듯… 말이 혀끝 맴도는 이유

“알아, 알아. 생각날 거 같으니까 말하지 마. 잠깐만…음…”

생각날 듯 말 듯 머릿속을 빙빙 돌며 혀끝을 맴도는 말, 천장을 올려다보고 미간을 찡그려 봐도 떠오르지 않는 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머리를 쥐어짜보지만 결국 생각이 안 나는 이러한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이는 단어의 개념과 어휘의 표상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마침내 성공적으로 단어가 떠올랐을 때는 둘 사이의 연결이 무사히 이뤄진 것이다.

즉 혀끝에서 말이 맴도는 현상은 머릿속에 단어의 개념만 떠오르고, 글자와 발음으로 번역되는 과정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을 한 번 경험하면 또 다시 이런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번 떠오르지 않은 단어는 다음번에도 떠오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캐나다 로트먼 연구소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단어 맞히기 테스트를 실시해 이러한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단어 철자를 잘 떠올리지 못하도록 자주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의 뜻을 설명했다. 그리고 10~30초간의 시간제한을 두고 무슨 단어에 대한 설명인지 답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몇몇 설명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정확한 단어를 맞혔고, 어떤 설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단어라고 답했다. 그리고 무슨 단어를 설명하는지는 알겠는데 단어의 철자나 발음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한 경우도 있다. 마지막 케이스가 바로 혀끝에 말이 맴도는 현상이 일어나는순간이다.

연구팀은 한 번 떠올리지 못한 단어를 다음번에도 떠올리기 어려워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테스트가 진행된 뒤 5분 후, 48시간 후, 일주일 후로 총 3번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자 한 번 떠올리지 못한 단어는 그 다음 테스트에서도 잘 떠올리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5분 후나 일주일 뒤나 마찬가지였다. 테스트 직후 실험참가자들이 맞히지 못한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계속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불필요한 부분을 학습한 결과다. 가령 도보 여행자가 목적지로 가는 길을 잃었다고 하자. 그럼 이 사람은 길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게 된다. 즉 본인의 의도와 달리 목적지와 다른 잘못된 길을 학습하게 되고, 이로 인해 원래 가야할 길과 멀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단어가 생각날 듯 말 듯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정확한 단어를 알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단어를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알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단어의 첫 번째 글자를 알려주는 식으로 약간의 단서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지(Cognition)저널’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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