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도 적당히 노출하라, 날씬해진다”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31)

여름철이 되면 비만을 치료하려는 여성 환자가 늘어난다. 여름은 이래저래 노출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의 심리적 상태는 당혹감과 자책감이다.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어쩌지…’하는 당혹감이 표정에 역력하다. 그런데 그분들의 복잡한 심리상태는 두 가지 행동으로 나타난다. 최대한 몸매를 숨기거나 노출되는 부위를 줄이는 옷을 선호하는 자책감으로 표출되거나 체중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계에 올라 본인을 자책하는 강박증으로 드러난다.

이것은 다이어트 콤플렉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이어트 콤플렉스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비하와 스트레스가 지나쳐 다이어트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태를 가리킨다. 다이어트 콤플렉스의 변종은 다양하다. 매사를 다이어트에 연관시키는 다이어트 강박증, 체중감량 속도에 과도한 집착을 갖는 다이어트 조급증, 인생의 성패를 다이어트와 연관 짓는 다이어트 행복론 등이 그것이다.

다이어트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증은 음식에 대한 욕구를 필요이상으로 통제하며 체중유지에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우울감을 자아낸다. 몸무게가 조금 늘거나 잦은 폭식으로 인해 자괴감이 반복되면 결국 자존감 상실이나 정체성 파괴로 이어진다. 다이어트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은 오히려 심한 무기력증과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 다이어트 실패 확률이 올라간다.

우울해지면 뇌의 보상회로는 멜랑콜리한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쾌락 자극을 원한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주변의 쾌락기제에 탐닉하게 한다. 자연스러운 자각증세 없이 중독성향을 만족시키는 쾌락기제로 술, 담배, 음식 등이 있다. 술과 담배에 익숙지 않은 많은 여성들은 대개 음식에 약하고 폭식에 무너지기 쉽다. 다이어트 콤플렉스에 걸린 여성은 정상 식욕의 몇 배에 시달리는 고통을 겪는다.

다이어트 콤플렉스의 악순환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다이어트에 집착하고 연연한다 -> 다이어트 콤플렉스로 인한 다이어트 우울증이 찾아온다 -> 다이어트 우울증은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성 폭식이나 과식에 중독되게 한다 -> 요요에 시달린다 -> 다이어트에 더 강하게 집착한다.

다이어트 콤플렉스가 있으면 다이어트가 본인에게 주는 부담줄이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량목표를 줄이는 결단도 필요하며 체중감량 결과보다는 식습관 행동의 교정에 중점을 두는 과정중심의 접근도 필요하다. 더불어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제거해야 한다.

일단 나는 다이어트 콤플렉스가 있는 여성들에게 스스럼없이 짧은 옷을 입으라고 한다. 짧은 옷 입기는 날씬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힘들겠지만 살이 남보다 조금 더 쪄있다고 해서 누구도 그녀의 몸 드러내기를 폄하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자격지심인 것이다. 몸 드러내기는 정상체중 유지에 대한 묘한 동기부여를 불러일으키고 다이어트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감정정화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체중계 스트레스를 줄여야 다이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집집마다 거의 대부분 디지털 체중계가 있으며 매일, 아니 아침저녁으로 빈번하게 체중을 재는 일이 벌어진다. 분명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잦은 체중재기를 제한하는 편이다. 줄어든 체중에 주안점을 두는 ‘결과 다이어트’보다는 살 빼는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 다이어트’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하는데 잦은 체중재기는 결과에 목을 매달도록 은연중에 우리의 생각을 왜곡한다. 자주 체중을 재다보면 체중을 재는 일이 가지는 긴장감이나 예기불안 등이 사라져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다소 긴장하고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의지도 강화되고, 동기부여도 잘 된다.

잦은 체중재기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체중을 너무 자주 재다보면 미미한 변화 탓에 다이어트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 대개 체중 감량 변화는 지속적으로 매끈하게 빠지는 하향곡선 모양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톱니바퀴형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를 계속 지켜보다 보면 되레 실망감이 커져 다이어트를 아예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큰 숲을 보지 못하고 사소한 눈금 하나에 사로잡혀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는 손이 가지 않는 곳에 체중계를 치워두었다가 체중 측정을 하는 시간에만 꺼내 체중을 재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를 낮추는 체중 재기 법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체중을 재라.

-하루 중 체중이 가장 낮을 때를 기준으로 체중을 재라.

-운동 시에는 운동 후에 체중을 재라. 규칙적인 운동을 한 후에 보는 체중계 눈금은 당신에게 작지만 강렬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운동 전에 체중을 쟀다가 운동 후 체중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살을 빼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게 되는데, 운동이 아니라 고역이 된다.

-식사 후에는 체중을 재지 마라. 일부러 식후에 체중을 재는 사람이 많다. 식후에 체중을 재는 일은 자신이 얼마나 과식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한두 번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결코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괜히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 식후에 체중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체중을 재지 마라. 입원한 중환자도 아닌데 체중을 하루 두 번 이상 재는 일은 쓸데없다. 하루에 체중을 두 번 넘게 재다 보면 자신이 체중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체중이 나를 지배하는 상황이 온다.

-시간을 정해놓고 체중을 재라.

-체중계에 올라갈 때 걱정하거나 긴장하지 마라.

-체중계는 당신을 속이지 않는다. 고개를 갸우뚱하지 마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속을 끓이지 마라.

-과거의 체중은 잊어라. 다이어트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한 달 전엔 얼마, 일주일 전엔 얼마, 그저께는 몇 킬로그램, 어제는 몇 킬로그램같이 자기 체중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체중일 뿐이다. 지나간 체중에 대한 후회나 자책감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잰 체중과 앞으로의 체중이다.

올여름은 살을 뺀 다음 짧은 옷을 입으려 하지 말고 과감히 짧은 옷을 입으며 정상체중을 유지하라. 그리고 체중계 저울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 다이어트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 당신은 여름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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