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성찬으로 이끄는 유혹의 몸짓

배정원의 Sex in art(19)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유혹의 신호

“하하하…..” “호호호…”

“더 높이 밀어 주세요….다리가 하늘에 닿도록요…..”

“그래? 그럼 밀겠소..자..높이 올라간다….! 조심해…당신 오늘 더욱 아름답군..”

높고 낭랑하게 웃어대는 여인의 애교어린 목소리와 그런 아내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남편의 굵직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행복한 귀족부부의 그림일까?

그네를 타는 여인은 이런 야외활동이 아니라 궁정 무도회에 어울릴 듯한 분홍빛 세련되고 화려한 실크드레스를 입고, 꽃으로 장식된 고급스런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남편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는 젊은 귀부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남편은 어두운 배경 속에 그려져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엉거주춤한 몸짓이 꽤 나이든 남자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그녀의 그네가 지나가는 정원의 나무 밑에는 날씬한 젊은 남자가 반쯤 누워 그네를 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연인을 보는 양 그의 얼굴은 화색이 넘친다. 숨어있는 연인을 위해서인지 여인은 다리를 힘차게 뻗는 바람에 앙증맞은 샌들이 ‘휙’ 날아가고, 그 통에 작고 귀여운 발과 치마 속 벌어진 다리가 보인다. 누워있는 연인은 그보다 더 비밀스런 부분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의 가장 유명한 작품 『그네』이다. 프라고나르는 프랑스 루이 14세 사후 유행된 로코코양식의 대표화가로서 풍부한 색채, 분위기 있는 배경, 에로틱한 내용의 그림을 그렸다. 특히 비유를 사용하여 미묘하게 암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을 그리곤 했다.

로코코양식은 18C 프랑스를 중심으로 태동한 귀족주의문화로, 당시의 살롱문화 등 귀족들의 감각적이고 퇴폐적이며 경박한 풍류를 반영하는 예술양식이다. 그 시절의 문화와 어울리게 세련되고, 사치스러우며, 유희적이고, 가벼우며, 섬세하고 경쾌한 에로티시즘의 예술이라고 평해지기도 한다.

『그네』는 전형적인 사랑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어두운 배경에서 그네를 밀어 주는 남편과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는 젊은 여인, 그리고 관목 숲에 몸을 가린 채 연인과 은밀한 수작을 주고받는 젊은 남자가 스캔들의 주인공들이다. 귀족의 복장을 하고 있는 부드러운 금발의 젊은 남자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에로스 동상의 발치에 기대어 있는 데, 이는 이 둘이 ‘침묵’이 요구되는 비밀스런 관계임을 암시한다.

그네를 타는 그녀는 작고 하얀 얼굴에 커다란 두 눈, 발그레하니 홍조를 띤 뺨이 아름답고, 그네를 잡은 두 손은 작고 여려서 한껏 보호본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살랑대는 드레스 자락 속의 하얀 스타킹을 신은 긴 다리와 작고 앙증맞은 발은 너무도 유혹적이어서 보는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또한 발그레 홍조로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지금 한껏 성적인 욕망에 들어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분명한 것은 샌들이 벗겨져 날아간 후 드러난 작은 발이 암시하는 성적인 유혹이다.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여자의 발은 성기와 유사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래서 동서양 양가집 아가씨들은 벗은 발을 외간 남자 앞에 보이지 않도록 엄격한 훈육을 받고는 했다. 서양에서는 치렁한 드레스를 살짝 들어 잘록한 발목을 보이는 것만으로 성적 유혹을 의미했고, 동양 특히 중국에서는 한때 작은 발로 아장아장 걷는 것이 괄약근을 단련시켜 성감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여자들의 발을 아기 발 만한 크기로 졸라매는 전족이 유행했다.

당시 한량들은 ‘3촌 금련(3촌은 9cm정도의 길이)’이라고 해서 작은 발에 신겼던 전족에 술을 부어 마시는 것을 풍류로 알았다. 실제로 발과 연결된 신경중추가 성기자극과 관련된 곳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으며, 발을 애무하면 오르가즘에 오른다는 여자도 있거니와, 발끝이 향하는 방향이 마음이 향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즉 그림에서 벗어 날려 보낸 작은 샌들과 드러난 발은 차후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질 육체적인 향연의 상징인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네 발로 다니며 배란기가 되면 성기가 부풀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으로 남자들을 유혹했던 여자들이 두발로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감추어진 성기와 배란기 대신 개발하고(?) 즐겨 사용해온 성적인 유혹의 신호는 다양하다.

높고 가는 목소리, 대칭의 풍만한 가슴, 탐스런 엉덩이, 가는 허리, 긴 다리, 작은 발… 이외에도 여자들은 남자들의 선택을 받기위해(?) 동안의 얼굴이 되고자 애써왔다. 커다란 아기 같은 눈망울은 더 예뻐 보이고 다정하고 친절해 보이게 만들 뿐 아니라,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끌어내기 쉬웠다. 그런 커다란 눈동자를 만들기 위해 중세의 여인들은 실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눈에 벨라도라 추출물을 떨어 뜨려 동공확대 효과를 얻고자 했을 정도였다.

1756년 영국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여자의 아름다움은 상당부분 연약함이나 섬세함으로부터 나오고 수줍음을 통해 더 높아진다”며 “여자들은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속삭이는 법, 길가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법, 심지어 아파보이는 법까지…”라며 모든 여자들은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여자에 대해 이해가 아주 높은 남자였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남녀가 섞여 놀러 가면 유난히 여자들의 과장된 목소리가 요란하다. 특히 얕은 물웅덩이에 발이 빠지기라도 하면 애처로운 비명과 목소리는 더 높아진다. 물론 여자들은 다 안다. 여자들끼리 놀러 갔을 때 같은 일이 벌어지면 몇 마디 투덜대고는 웅덩이에서 발을 꺼내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 갈 길 갈 거라는 것을…

바에서 높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발끝에 구두를 걸고 금방이라도 구두가 벗겨질 듯 까닥거리는 것. 게이샤처럼 가느다란 하얀 목덜미를 드러내는 것, 약간 벌려진 입술, 호기심이 생긴다는 듯 눈 크게 뜨기, 가슴을 내밀고, 목은 길게 늘이고, 똑바른 자세로 그를 보는 것, 경동맥 지나는 목덜미를 보여주는 것, 부드럽게 흘러내린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거나 빙빙 꼬는 것, 다리를 천천히 꼬았다 풀었다 하는 것이 여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남자를 유혹하는 성적인 신호들이다.

또 입술 핥기, 안경 이로 물기,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천천히 느리게 먹기, 남자가 보는 데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바르기, 무심한 듯 입술만지기, 와인 잔 어루만지기, 남자 방향으로 다리 꼬기, 몸을 숙여 무언가를 주우면서 혹은 높은 의자에서 내려오면서 살짝 살짝 속살을 보여주는 것 (너무 드러내어 속살을 보여주는 옷차림은 전혀 섹시하지 않다. 신비감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성적인 유혹의 본질이다), 도널드 덕의 애인 데이지처럼 천천히 속눈썹을 깜빡이는 것 또한 남자를 성적으로 유혹하기의 전형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만났던, 온몸을 가리는 까만 니캅을 썼던 젊은 여인은 눈만 드러낼 수 있는 복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까맣고 커다란 눈매로 100%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큐빅을 달아 치장한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깜빡였을 때, 속눈썹이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그때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던 나이든 서양남자의 얼빠진 표정이라니…!

그러므로 신사들이여, 그대들의 여신들이 수시로 보내는, 본능의 성찬으로 이끄는 유혹의 몸짓을 놓치지 마시기를…!

글 : 배정원(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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