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트라우마 정신장애 주범…후손까지 영향

오늘(29일)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20년 되는 날이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의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삼풍백화점의 처참한 붕괴사건까지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에게는 정신적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의 영향이다.

삼풍백화점 사고의 생존자나 희생자 가족이 아니더라도 TV를 통해 간접적으로 당시의 사건을 접한 어린이나 청소년 역시 큰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 삼풍백화점처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동반되는 경우 해당 이미지가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이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거나 다시금 해당 사건을 되새기는 상황에 처하면 정신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에 실린 스위스연방공과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일찍이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성인이 된 이후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는 충격적인 경험이 개인의 삶을 그 즉시 바꾸기도 하지만 세월이 좀 더 흐른 뒤 그 사람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라우마로 인한 행동장애는 다음 세대로도 전달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트라우마도 다른 신체질병처럼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스위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정신질환은 트라우마의 부정적 효과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트라우마가 있는 쥐의 자손에게서 특정 마이크로 RNA가 다량 검출됐다. 또 이러한 유전적 특징이 우울증, 반사회적 행동, 기억장애,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반대로 트라우마의 효용적 측면을 강조한 연구도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트라우마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 역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스트레스에 좀 더 잘 대처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트라우마가 경험해볼만한 일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트라우마를 겪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은 일생동안 경험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자는 의미다. 또 트라우마는 극복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이겨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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