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 감염력 초강력… 사우디의 6배

국내 메르스 감염력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사우디에서 메르스 환자 한 명이 평균 0.6-0.8명을 감염시킨 데 비해 국내에서는 환자 한 명이 4명에게 병을 옮겼다는 것이다.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최재욱 교수팀은 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메르스 관련 특별기고에서 이달 11일을 기준으로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RO)는 4.0이며, 이는 사우디에서의 감염력(0.6-0.8)을 6배 이상 웃도는 결과라고 밝혔다.

RO는 한 명의 메르스 환자가 몇 명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뜻한다. 기존 연구에서 사스의 RO는 0.8, 메르스의 RO는 0.69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은 이를 근거로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나왔을 때 감염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 교수팀은 “(기존 RO에 근거해) 다수전파 환자에 대한 관리를 (방역당국이) 소홀히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이번 수치는 현재까지 알려진 제한적인 역학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된 추정치여서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국내 1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처럼 한 명이 80여명을 감염시킨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 2003년 중국 베이징에선 3명의 사스 환자가 각각 10명이 넘는 2차 감염자를 발생시켰고, 그해 싱가폴에선 사스에 감염된 238명 가운데 5명의 다수전파 환자가 나와 한 명이 최대 37명까지 병을 옮겼다. 베트남에선 33명의 사스 감염자 중 다수전파 환자는 없었으며, 추가적인 2차 감염도 발생하지 않았다.

최 교수팀은 기고문에서 “병원 내 제한된 공간에서 에어로졸 등 공기전파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학적, 실험적 연구결과들을 고려할 때 메르스의 병원 내 공기감염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기 중에 떠있는 메르스의 감염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도 아직 불충분하다”고 했다.

공기전파는 직경 5㎛ 미만의 비말이나 비말 핵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 호흡이 곤란한 환자들이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와 기관 내 삽관, 가래 제거 등 호흡 보조를 받는 도중 폐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에어로졸에 바이러스가 포함돼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 최 교수팀의 주장이다.

세계보건기구도(WHO)도 메르스 환자를 치료할 때 호흡 보조 과정에서 에어로졸 발생으로 인한 공기 전파에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 교수팀은 “메르스는 일반적으로 폐의 아래 부위를 침범해 감염되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은 기침을 해도 바이러스가 밖으로 잘 나오지 않지만 폐렴환자 등 호흡보조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선 언제든지 에어로졸 형태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 교수팀은 정부가 방역의 기본인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병원 내 공기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방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최 교수팀은 “사스도 발생 초기엔 비말감염으로 간주됐다”며 “항공기 안에서 감염자 좌석을 기준으로 7줄 앞에 자리했던 승객이 감염되고 한 호텔의 같은 층을 사용했던 손님 중 다수가 사스에 걸린 뒤에야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교수팀은 “메르스의 경우 사스와는 달리 지역사회에서의 공기감염 위험성에 대한 명백한 역학적 증거가 없다”며 “메르스가 지역사회 내에선 공기감염의 우려가 없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팀은 또 “국내에선 메르스의 일반적인 증상인 고열을 보이지 않으면서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들도 나왔다”며 “감염자의 36.2%가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란 것도 국내 메르스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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