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불어도 유령인 듯… 밤엔 왜 예민해질까

 

낮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던 주변 현상이 밤이 되면 신비로운 초자연 현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사소한 움직임만 봐도 유령이 스치고 지나간 듯 섬뜩하다. 왜 이처럼 밤만 되면 주변 사물에 민감해지는 걸까. 단지 어두워졌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감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몸과 뇌가 야행성 동물처럼 경계 태세를 취하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는 걸까.

중국 서남대학교 심리학대학원 연구팀이 ‘어둠’과 ‘밤’을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밤마다 예민해지는 인간의 특성이 어둠 때문인지 밤이라는 시간대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확인할 목적이다.

연구팀은 120명의 여성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창문이 없는 좁은 방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도록 했다. 이 여성들이 보고 있는 컴퓨터 스크린에는 자연풍경과 같은 중립적인 그림, 거미나 폭력적인 사람처럼 무서운 그림이 등장한다. 또 새 소리처럼 중립적인 소리, 비명처럼 무서운 소리가 나도록 장치했다.

실험참가여성들은 총 4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오전 시간대 방안에 환한 불을 켜고 컴퓨터 작업을 수행했고, 또 다른 그룹은 오전 시간대 어두운 방안에서 작업을 했다. 세 번째 그룹은 밤 시간대 어둑한 조명이 있는 방안에서 작업했고, 네 번째 그룹은 밤 시간대 조명이 없는 방안에서 했다. 마지막 그룹의 방에는 조명이 없지만 대신 컴퓨터 스크린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있으므로 완벽한 암흑은 아니다.

오전 시간대 실험은 아침 8시에 진행됐고, 밤 시간대 실험은 저녁 8시에 진행됐다. 실험은 2월에 진행됐으므로 저녁 8시면 충분히 어두운 시간대다.

실험이 진행된 방은 창문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완벽하게 차단되고, 싦험참가자들은 낮과 밤을 분간할 수 없다. 그런데 연구 결과, 밤 시간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낮에 참가한 사람들보다 무서운 그림과 소리에 더욱 두려움을 느끼는 반응을 보였다.

중립적인 그림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는 시간대에 따른 반응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조명 밝기 역시 반응 차이를 일으키는 요인이 아니었다.

실험참가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수치는 심박동수의 변화, 땀을 흘리는 정도를 기록해 측정했다.

결국 인간이 낮보다 밤을 위협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어둠 때문이 아니라 밤이라는 시간대의 영향을 받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즉 24시간 주기리듬과 연관이 있는 생물학적 요인이 밤이 되면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밤이 되면 주변을 보다 경계해야 한다는 문화적 학습효과 역시 이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다. 또 이번 실험은 평균연령 22살인 중국 여성에 한정돼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 연령대, 지역, 성별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이번 연구는 ‘국제 정신생리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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