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원격의료 만족도 70%” 의협 “못믿어”

 

“식후 1시간째 혈당이 160을 넘지 않으시면 식후 혈당에 대한 인슐린의 반응이 아직은 좋은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60이 넘으신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시면 인슐린의 반응이 좋아진다고 하니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오늘 날씨가 맑습니다. 오후에 날씨가 풀리면 방한 장구를 착용하시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보십시오.”

당뇨병 환자인 60대 남성 K씨는 매주 한 두 차례 의사와 문자로 상담한다. 자신이 직접 잰 혈당수치를 동네의원에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문자로 측정 결과를 피드백 받는 것이다. 과거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잴 때에는 들쭉날쭉하던 혈당이 원격으로 모니터링되면서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다. 끊기 힘들었던 야식도 문자와 전화를 통한 의료진의 지속적인 권유로 서서히 멀리 하고 있다.

K씨는 지난 1월 동네의원을 통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다. 처음 대면진료를 했을 때 현재 건강상태에 대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혈당관리계획을 전달받고, 혈당측정계를 지급받았다. 기기 사용법과 스마트폰을 통한 측정자료 전송법도 교육받았다. 이후부터는 매일 두 차례씩 스스로 혈당을 재고, 혈당치를 주 2회 이상 스마트폰으로 의사에게 전송했다. 그러면 문자와 전화를 통한 의료진의 피드백과 교육, 상담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1단계 분석결과는 긍정적이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만족했다. 환자의 84%는 원격모니터링을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고, 복약순응도도 유의하게 향상됐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림대와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이 참여해 지난 3월 말까지 실시된 1단계 시범사업에는 보건소 5곳, 의원 13곳이 참여했고, 이들 의료기관이 고혈압과 당뇨병 재진환자 845명을 모집했다.

복지부는 “사례 분석 결과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의 만성질환 관리 등에 대한 생활습관 측면에서 긍정적인 행동 변화가 있었다”며 “식이조절과 운동 시작, 질병관리에 대한 관심도와 약복용의 적극성이 증가했고, 의료진과의 소통 활성화 등으로 혈압과 혈당 등의 관리 역시 전보다 나아졌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의료기관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용자인증을 통한 접근통제, 데이터베이스 암호화, 보안프로그램 설치 등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고, 시범사업 기간 동안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관련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보안기술 가이드라인도 함께 개발했다”며 “향후 이를 토대로 1차 의료기관의 현실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시하고, 2차 시범사업에도 이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2단계 시범사업으로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 간 복합만성질환 원격모니터링 서비스를 비롯해 공용시설과 도서벽지, 요양시설 등 의료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군부대와 원양선박, 교정시설에 대한 원격의료사업과 응급실 등 의료기관간 원격협진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보건의료분야 핵심개혁과제인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도서벽지 등 병원에 가기 어려운 분들의 의료접근성이 높아지고 만성질환자들의 상시적 질환관리가 가능해져 합병증을 예방해 의료비도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검증 안 된 데다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의협은 “무작위 표집, 대조군과 연구군 선발로 평가모형을 선정하고 사전사후 결과를 비교해 제시해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연구를 설계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단순한 만족도 조사결과를 원격의료 시범사업 전체의 연구결과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보안관련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가 시범사업 현장을 공개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고, 원격의료 보안기술 가이드라인도 개발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아 사실여부를 확인조차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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