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왜 인터넷에 매달릴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소년일수록 인터넷 사용이 비교적 높고, 인터넷에 의존하다 우울해지는 등 심리적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제적 편차도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 고려대 컴퓨터교육과 윤유동 연구원 팀은 중고생 4만여명의 인터넷 사용 실태에 관한 온라인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적을수록 인터넷 사용은 줄었다.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은 3%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조금 느낀다’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은 40%를 넘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청소년도 30%대로 비교적 많이 사용했다. 연구팀은 “인터넷 사용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인터넷 중독자들은 스트레스 장애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용이 심리적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적 없는 청소년이 이를 경험한 청소년보다 인터넷 사용이 배 이상 많았다. 연구팀은 “인터넷을 과다 사용한 결과 우울감이 커져 인터넷을 멀리 하게 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연구팀은 인터넷이 우울감과 우울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즉 우울감, 우울증으로 인해 인터넷에 빠지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인간관계 등이 나빠져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청소년이 인터넷을 더 많이 쓰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청소년은 점차 인터넷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하루에 1-2시간 정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가장 많았다. 연구팀은 “자신이 매우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소년 10명 중 3명은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에 매달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용돈과 PC 보유대수, 숙면 등 생활환경도 인터넷 사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주일 평균 용돈이 1-3만원 미만일 때는 인터넷 사용이 70% 이상이었지만, 용돈이 이보다 많아질수록 점차 인터넷 사용이 감소하다가 주당 용돈이 12만원 이상이면 2%대로 떨어졌다.

집에 PC가 한 대도 없을 때는 인터넷 사용이 3%대에 그치던 것이 PC가 한 대 있으면 40% 이상 훌쩍 뛰었고, 두 대 이상이면 PC의 수가 늘어날수록 인터넷 사용이 감소했다. 또 평소 잠을 잘 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이 가장 적은 반면, 최근 1주일간 수면을 취한 뒤 피로 회복 정도가 ‘그저 그렇다’고 답한 청소년이 가장 자주 인터넷을 사용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컴퓨터교육학회가 최근 발행한 ‘학술발표대회 논문집’에 실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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