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든 쓰든 배 부를때까지… 살찔수록 맛에 둔감

 

고삼차, 캡사이신, 레몬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복불복 게임에 자주 이용된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벌칙은 아니다. 사람마다 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특히 살이 찔수록 맛에 둔감해진다.

어떤 사람은 채소로 가득한 샐러드 한 접시를 뚝딱 비워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채소라면 건드리지도 않는다. 또 이와 같은 입맛 차이는 허리둘레와 건강상태를 결정짓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미각 차이에 따라 사람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 미맹(맛을 보는 감각에 장애가 있는 상태)인 사람,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사람이 있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강렬한 맛을 느낀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 지나치게 달다고 느끼고, 쓴 음식을 먹으면 더 쓰게 느끼고 매운 음식은 더 맵게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후식으로 케이크가 나와도 한 조각을 다 먹지 않고 남겨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미각이 뛰어난 사람에게도 단점이 있다. 유독 쓴맛에 미각이 발달한 사람이 그렇다. 이들은 쓴맛 때문에 채소를 잘 먹지 않으려 한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쓴맛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채소 요리법을 바꿔야 한다. 억지로 샐러드를 먹기보다는 채소를 물에 데친 다음 오일과 마늘을 더해 볶거나 레몬즙을 첨가해 쓴맛을 중화시켜 먹으면 채소를 편식하는 습관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사람마다 입맛에 차이가 나는 걸까. 이는 유전적 요인과 연관이 있다. 가령 유전자 이형인 TAS2R38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쓴맛을 강하게 느낀다. 또 이런 사람들은 혀에 미각돌기의 개수도 보통 사람들보다 많다.

반대로 미맹인 사람들은 음식의 맛이나 질감을 강렬하게 느끼지 못한다. 이들의 장점은 쓴 맛이 나는 채소를 오히려 단 맛으로 감지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체로 미맹인 사람들이 과체중, 비만,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률이 높다. 기름진 음식을 느끼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 음식을 크게 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맛으로는 만족감을 못 느껴 배가 부를 때까지 먹기 때문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일수록 맛에 대한 감각은 더욱 둔해진다. 불어난 체중이 체내 호르몬 수치와 맛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미각 수용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중을 감량하면 일정 부분 미각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회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식습관을 파악하고 편식하는 음식이 있으면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조리하고, 탐닉하는 음식은 자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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