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걸친 사람, 왜 매력적으로 보일까

 

함께 술을 마신 이성이 지난 밤 사랑 고백을 했다. 하지만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는 척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상대가 필름이 끊겨 고백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비어고글 효과’ 때문에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비어고글 효과란 술에 취해 상대방이 잘생겨 보이거나 예뻐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본인은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상대방이 술을 마셨다면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연구팀이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소규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외형적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세 번에 걸쳐 사진을 찍었다. 술을 마시기 직전, 와인 한 잔을 마셨을 때, 또 두 잔을 마셨을 때 각각 한 차례씩 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술에 취하기 전 얼굴과 한 잔을 마신 뒤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또 다른 한 그룹에게는 술에 취하기 전 얼굴과 두 잔을 마셨을 때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와인을 한 잔 마셨을 때 얼굴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잔을 마셨을 때 얼굴보다는 오히려 술을 마시지 않은 얼굴을 선호했다.

왜 학생들은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일까. 연구팀은 얼굴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통해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술을 마신 사람들의 동공 크기와 연관이 있다. 실험참가자들은 술을 한 잔 마셨을 때 동공이 가장 크게 확장됐는데, 이러한 변화가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얼굴 근육과 연관이 있다. 술을 마시기 전 사진을 찍을 때는 표정이 다소 경직되는 반면, 술을 한 잔 마셨을 때는 얼굴의 근육이 풀리면서 좀 더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2잔 이상 마셨을 때는 지나치게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러운 느낌보다는 술에 취한 인상을 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르코 무나포 박사는 마지막 이유로 살짝 붉게 상기된 볼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과학뉴스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적은 양의 술을 마신 사람들은 볼이 가볍게 발그레해진다”며 “얼굴에 장밋빛이 돌면 생기가 있고 건강해보여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상황이 아닌 자연스러운 실제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 호기심을 갖고 있다. 무나포 박사에 따르면 실제 상황에서는 비어고글효과로 상대방이 매력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술기운 때문에 자신감이 상승해 자기 자신도 매력적인 사람으로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실험 결과처럼 술을 마신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알코올 및 알코올중독저널(Journal Alcohol and Alcoholism)’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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