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쌀… 오늘 그대 연인에 나를 보내세요

 

정은지의 식탁식톡 (4) / 초콜릿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비슷하다’는 어느 영화에서의 대사. 어느 초콜릿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인생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죠. 달콤한 맛은 달콤함 대로, 쓴맛은 쓴 대로, 초콜릿은 인생의 맛을 논하기에 아주 좋은 본보기죠. 여러분의 인생에 다양한 맛을 대신 선사하고 있는 저는, 초콜릿입니다.

지금 누군가의 인생이 달콤하다면 밀크 초콜릿으로 빗댈 수 있겠네요. 부드러우면서도 달달한 밀크초콜릿, 설탕과 우유가 많이 담겨있죠. 누군가가 쓰디쓴 인생의 맛을 보고 있다면 다크초콜릿? 다크초콜릿은 설탕과 우유는 거의 없고 카카오가 듬뿍 들어있습니다.

순간의 맛 때문에 일희일비할 것 없습니다. 카카오를 듬뿍 담은 다크초콜릿의 맛은 쓰지만 사람들의 건강에 유익함을 가져다 줍니다. 여러분의 인생, 그것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순간의 달콤함이 어떤 해를 불러 올 수 있고, 현재의 시간이 쓰더라도 이후에 쟁취하는 기쁨은 더 클 수 있습니다. 저 초콜릿이 여러분에 전하고 싶은 ‘진짜 본보기’도 바로 그런 것입니다. 맛 자체가 아니라 맛 뒤에 숨은 의미 말이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보다도 길면서도 다이내믹 한 역사를 지녔습니다. 약 4,000여년 전 한 알의 카카오 콩에서부터 시작되어, 160년 전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하기까지 저의 인생 스토리를 글로 다 할 것 같으면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도 부족합니다. 역사 속엔 저를 두고 인간의 탐욕이 일으킨 불상사들도 숱합니다. 귀한 대접을 받던 고대에는 저의 모태가 되는 카카오 콩이 돈으로 취급되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가령 카카오 콩 10개 알은 토끼 한 마리, 100개 알은 노예 한 명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역사만큼이나 그 유익함을 다 열거하려면 또 입 아프죠. 고대의 마야인들과 아즈텍인들을 거쳐 16~18세기의 유럽인들에 이르기까지 저는 강장제, 피로회복제, 진정제, 최음제로서 그야말로 최고급 대우를 받았습니다. ‘신의 선물’이라 불릴 만큼 귀한 몸인 카카오는 무엇보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합니다. 같은 양의 적포도주보다 2배, 녹차보다 3배, 홍차보다 5배 이상의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죠.

덕분에 동맥경화, 암, 노화 등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춤으로써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등을 예방해주죠. 사람들의 뇌 주요 부위의 혈류를 개선해 줌으로써 노인성 치매나 뇌졸중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제 안에 카카오를 많이 품고 있을수록 사람들 몸에도 좋은 식품으로 여겨져 왔죠.

그렇다고 꼭 카카오 함량이 높다고 하여 고급이란 뜻은 아닙니다. 초콜릿 산업이 번창하면서 자본 경제의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격한 인생을 살아 온 바, 제 맛에 속임수를 쓰는 경우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죠. 일부에선 잘 볶지 않았거나 덜 익어서 신맛이 나는 카카오 콩을 사용하여 쓴맛을 내어 팔기도 했습니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것=쓰다, 쓴 것= 좋은 초콜릿이다”라는 오류를 범하여 이익을 취하려 한 것입니다. 이런 초콜릿은 결코 고급이 될 수 없습니다.

제 맛을 결정하는 것은 카카오의 함량보다는 카카오 콩의 품질입니다. 그리고 좋은 카카오 콩 품질을 사용한 제 안의 카카오 함량이 70%일 때가 맛과 영양의 균형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의 유익함 면에서는 카카오 함량이 이보다 조금 높은 75%정도인 것이 권장됩니다. 맛이 약간 더 쓰죠.

사람들은 제 카카오 함량을 헷갈려 하드라구요. 사실 아직까지 제 안의 카카오 함량 수치에 대해 국제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달콤한 밀크초콜릿이라 할 때, 최소 30%에서 49%정도의 카카오가 함유돼 있는 것을 말합니다. 다크초콜릿이라 할 땐 카카오 함량이 50~69%에 이르러야 하죠. 유럽에서는 다크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이 65%부터 시작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50~ 카카오 함량 70% 정도에 달하는 다크초콜릿은 100g당 약 550kcal의 열량을 냅니다. 수분 함유량은 1.4%, 탄수화물 61.4g, 지방 31.8g, 단백질 4.4g 등의 영양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 카페인과 테오브로민, 폴리페놀, 페닐에틸아민 등의 화학물질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죠.

이렇게 좋은 다크초콜릿도 적당한 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특히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은 저를 막 먹어서는 안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심장이 울렁거리고 뛰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골라주세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저 찾는 분들 많으시죠? 저는 양보다 질이 우선! 트랜스지방이 함유되진 않았는지 상품정보를 꼼꼼히 체크하세요. 카카오 함량이 높으면서 열량이 낮은 것이 좋습니다. 입 안에서 즉시 녹기 시작하며 깔깔한 느낌이 없이 부드러우면 좋은 초콜릿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크초콜릿은 달콤한 맛이 난 후 카카오의 약간 시큼한 맛과 쓴맛이 뒤를 잇지요. 밀크초콜릿이나 화이트초콜릿은 트랜스 지방과 당 함유량이 높으므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크초콜릿을 고르세요~

어머 황당해~이건 몰랐죠?

 

저를 많이 먹는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많이 배출된다는 황당한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23개국의 초콜릿 섭취량과 국가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 횟수와 비교 분석한 결과인데요.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게재된 미국의 연구입니다. 미국은 1억2500만㎏에 달하는 초콜릿을 더 먹어야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 더 배출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습니다.

※ 참고: [잘 먹고 잘사는 법 시리즈 중 초콜릿]_김영사 / www.thenibble.com, 그래픽 : 엄민주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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