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몰다가도 스르르… 사고 부르는 저혈당 쇼크

 

# 지난 달 30일 경남 창원에서 시내버스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트럭을 덮쳤다. 트럭 운전자는 사망했고, 버스 운전기사는 사고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 저혈당 쇼크 상태에서 차를 몰다 낸 사고였다.

# 지난 해 4월 경기도 평택의 왕복 3차선 도로 한 가운데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섰다. 경찰이 다가가 문을 열자 운전자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저혈당 쇼크 상태였다.

두 운전자는 모두 당뇨병 환자였다. 저혈당 쇼크는 당뇨병 환자가 겪을 수 있는 급성 합병증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혈당치가 70mg/d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가리킨다.

저혈당을 겪는 당뇨병 환자 가운데 증상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저혈당 무감지증이 생각보다 많아 운전 중 2차사고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0년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와 강북삼성병원 등이 전국 159개 내과의원을 찾은 당뇨병 환자 152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저혈당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환자의 45%는 조사 시점에서 반년 이내에 저혈당을 경험했다.

특히 여러 해외 연구를 살펴보면 교통사고를 낸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저혈당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에서는 당뇨병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원인 중 저혈당 상태에서 사고가 다른 사고 원인보다 4배나 높게 나타났다.

저혈당을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당뇨 약이나 인슐린 때문일 수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에 주로 쓰이는 DPP-4(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나 SGLT-2(포도당 나트륨 공동수송체-2)를 억제하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들은 저혈당 발생 위험을 기존 치료제보다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제를 너무 많이 투여하거나, 평소 투여량일지라도 주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식사를 거르거나 늦게 먹으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당질 섭취량이 부족해도 그렇다.

운동이나 음주와도 상관있다. 지나친 운동이나 공복상태의 운동은 포도당을 많이 소모시켜 저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음도 간에서 포도당 생성 조절 기능을 억제해 야간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 심각한 저혈당의 절반은 수면 중 발생하는 야간 저혈당이다.

저혈당은 가벼운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히 대처해야 위험한 상태로 진행되지 않는다. 공복감이 오거나 식은 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 불안, 손끝이나 입술 등의 저림이 느껴지면 응급식품을 먹어 저혈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당뇨병 환자라면 평소 혈당측정기를 소지해 수시로 혈당 수치를 측정해야 한다. 혈당이 70mg/dl 이하라면 1515 응급법칙을 따라야 한다. 15g의 당질을 함유한 음식을 먹고, 15분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혈당을 재보는 것이다.

당질 5g은 혈당을 15mg/dl 정도 높인다. 보통 주스 반 컵이나 사탕 3~4개, 설탕 1큰술, 요구르트 1개 등에 이에 해당하는 당질이 들어 있다. 저혈당인데 1시간 안에 식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유 반 컵과 식빵 한 쪽 또는 비스킷 5쪽이나 귤 한 개 등 복합당질과 단백질이 있는 음식을 먹도록 한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초콜릿의 경우 운전 중 까는 불편이 있고, 흡수가 지연되기 때문에 주스나 요구르트 등 흡수가 빠른 액체 음료를 준비하는 게 좋다”고 했다.

과음 후 나타나는 야간 저혈당을 피하려면 잠자기 전에 혈당을 꼭 측정해야 한다. 혈당치가 100mg/dl 미만이면 사과 반쪽과 우유 1잔 등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함유된 간식을 먹는 게 좋다. 이렇게 해서 수면 전 혈당을 100~140mg/dl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약 투여량이나 운동량 등이 바뀌거나 아침 공복혈당이 높아 야간 저혈당의 위험이 예상되면 새벽 2~3시에 혈당을 재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이러한 증상을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알려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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