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쇼크, 30대 전 후로 주원인 갈려

 

알레르기 쇼크 증상인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연령대에 따라 유발원인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해심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2007∼2011년까지 전국의 1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은 16∼86세 아나필락시스 환자 1776명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46.6%(827명)는 약 때문에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다. 약에 이어 식품(24.2%), 벌 등 곤충에 쏘임(16.4%), 운동(5.9%)의 순이었고, 원인 불명인 경우도 7%였다.

특히 30대를 기점으로 아나필락시스의 주된 원인이 달랐다. 30대 이하에서는 식품, 30대 이상에서는 약이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2001~2007년)에서도 어린이 아나필락시스의 주된 원인은 식품이 약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아나필락시스를 가장 많이 일으킨 약은 소염, 진통, 해열 작용을 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전체 원인의 13.3%를 차지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방사선 검사에 사용되는 조영제(12%)나 페니실린.세팔로스포린 계열의 배타락탐 항생제 등 항생제(10.5%)를 복용한 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놓기 전에 환자에게 알레르기 여부를 묻거나 검사하는 것은 대개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아나필락시스는 원인물질에 노출된 즉시 또는 수 십분∼수 시간 이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 3시간 뒤에 증상이 나타났고, 환자의 42%가 심한 증상을 경험했다. 아나필락시스는 초기에 입안이나 귀속이 따갑고 얼굴의 부기, 가려움,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호흡곤란, 쌕쌕거림, 어지럼증 등을 보이다 실신하기도 한다. 구토와 구역질,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일부는 불안감이나 죽을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한다.

국내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해마다 증가세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07년 병원을 찾는 환자 1만 명 중 7.7명이 아나필락시스 환자였지만, 2011년에는 13.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 교수팀은 “약이 원인이고 알레르기 병력이 있으면서 피부와 호흡기, 심혈관계, 위장관 등 여러 장기에 증상이 나타나고 나이가 많을수록 아나필락시스의 증상이 더 극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나필락시스는 원인물질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면 외식할 때 성분이 불분명한 음식은 주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여행 시에는 에피네프린 등 응급주사약을 미리 준비하고 항공사에 미리 알리는 것이 좋다. 또 원인물질과 응급대처법이 표기된 카드나 목걸이, 팔찌를 착용해 주변 사람들이 즉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식품을 먹은 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적이 있는 환자들 중 일부는 소량만 섭취해도 생명을 잃을 만큼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식품 라벨을 꼼꼼히 읽어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식품을 철저히 피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공동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인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 연구(Allergy, Asthma Immunology Research)’ 올 1월호에 게재됐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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