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 바퀴벌레 주스, 마실 수 있나요?

  여러분 모두 똑같을 거예요. 바퀴벌레만 보면 역겹고 식욕도 떨어지고, 바퀴벌레가 닿은 물건은 만지기도 싫죠? 집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어렵게 잡아서는 감촉도 안 느껴지게 휴지를 둘둘 두껍게 말아 장갑 낀 손으로 버리잖아요.

 

  바퀴벌레는 왜 역겨울까요? 왜 바퀴벌레를 오염을 퍼뜨리는 물질로 생각할까요? 당연한 소리 아니냐고요? 더럽고 병을 옮기는 세균덩어리잖아요. 그럼 바퀴를 무균으로 만들어 깨끗한 벌레로 탈바꿈시키면 좋게 봐줄 수 있나요?

 

 

악! 바퀴벌레! 도망쳐요! (출처: Shutterstock/Ollyy) 

 

 심리학자 로진은 재밌는 실험을 계획했어요. 피험자들에게 주스를 마시게 한 후 다음번에는 이 주스를 얼마나 마시고 싶은지 점수를 매기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자, 이번에는 무균 처리한 죽은 바퀴벌레를 주스에 넣을 거예요. 이건 건강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아요.” 

 

  그렇게 주스에 바퀴벌레를 넣어 휘휘 젓고서 다시 꺼내, 이번에도 똑같이 주스를 얼마나 마시고 싶은지 점수를 매기게 했습니다. 더불어 대조를 위해 촛대를 담갔다 꺼낸 주스도 얼마나 마시고 싶은지 평가하게 했어요.

맛있는 주스에다 뭐하는 짓이죠? (출처: shutterstock/5PH)

 

결과는 예상 가능하듯이, 바퀴벌레를 넣었다 뺀 주스에 높은 점수를 준 사람은 아주 적었어요.

 

  이것도 당연한 소리 같죠? 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세요. 그냥 주스나 무균 바퀴벌레를 넣었다 뺀 주스나 똑같잖아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먹어도 상관없어요. 만약에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을 지경인데, 누가 무균 바퀴벌레를 넣었다 뺀 주스를 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굶어 죽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그래도 마시고 싶지 않죠? 그래요. 우리가 느끼는 이 역겨움에는 이성적인 이유보다 감정적이고 뭔가 더 본능에 가까운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바퀴벌레 주스를 누가 먹겠어요?(여기서 ‘조건화’는 바퀴벌레 주스에 진짜 부정적인 속성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바퀴벌레 주스와 똑같이 생긴 새로운 주스를 다시 제공했을 때 점수를 말해요)

 

 

우리는 바퀴벌레가 ‘오염’되었다고 생각하고 이 오염된 물질과 조금이라도 닿은 것도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도록 ‘편향’되어 있어요. 왜 그럴까요?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오류관리이론’으로 설명해요. 쉽게 설명해볼게요. 우리 조상들이 사냥을 가다가 뭔가 긴 물체를 밟았는데, 그게 뱀이라고 생각하고 보지도 않고 도망가는 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나뭇가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유심히 들여다보는 게 유리할까요? 

 

뱀은 주변 환경과 유사한 보호색을 띠어서 가끔 헷갈려요. (출처: shutterstock/Martin Prochazkacz)

 

 당연히 전자가 유리해요. 뱀인줄 알았는데 나뭇가지라면 기껏해야 달리기하는 데 쓴 에너지를 버리는 정도지만 나뭇가지인줄 알았는데 뱀이면 목숨을 잃잖아요. 따라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오류를 저지르도록 편향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어요. 무조건 뱀이다! 라고 생각하고 도망가는 거예요.

 

  이와 관련된 증거도 많아요. 예를 들어, 우리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볼 때 실제보다 높이를 더 과장되게 지각해요. 그럼 무서워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 테니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거죠.

 

  우리 조상들이 마주쳤던 삶의 위험은 참 다양해요. 포식자도 피해야죠, 상하지 않은 음식도 잘 골라먹어야죠, 좋은 배우자도 얻어야죠, 착한 동료들과도 협동해야죠 등등. 그래서 삶의 어떤 영역에서는 유전적으로 쉽게 편향성을 학습해 시행착오에 생기는 비용 낭비를 줄이는 거예요.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고단해요. (출처: shutterstock/Cimmerian)

 

 오염된 물질과 그것이 닿은 물체에 역겨움을 느꼈던 조상은 거리낌 없이 아무거나 다 잘 먹고 만졌던 조상보다 더 건강하고 생존과 번식을 잘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결국 오염된 물건에 접촉하는 걸 꺼리는 사람만 남은 거죠.

 

  또 바퀴벌레를 역겹게 느끼도록 학습하는 건 쉽지만 촛대를 역겹게 느끼도록 학습하는 건 어렵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혐오하는 것에는 진화적 원인이 함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뱀이나 해충은 우리 생존과 직결되니까요.

 

  ‘역겨움’이라는 감정 자체도 더럽고 위험하고 무서운 것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어요. 감정이란 게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는 않아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촉발제죠. 즉 저것 만지지마! 먹지마! 가까이 가지마! 라는 동기를 주는 거예요.

 

  요는 착각은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러니 여러분, 착각하고 사세요!

 

권오현(fivestrings@kormedi.com)

 

참고문헌: Rozin, P., Millman, L., & Nemeroff, C. (1986). “Operation of the laws of sympathetic magic in disgust and other domai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0(4),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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