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워라! 꽃대는 왜 늘 흔들리는가!!


입춘 하루 전. 낮부터 다시 찬바람. 밤사이엔 서해안 등 전국 곳곳 눈 소식. 아무리 그래도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이성부시인)’.
 
누구에게나 ‘삶의 백두대간’이 있다. ‘삶의 줄기세포’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야지’하며 스스로 다짐하는 ‘꽃대’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린다.
 
축구에도 백두대간이 있다. 센터라인이 그것이다. 골키퍼-중앙수비수-수비형 미드필더-공격형 미드필더-최전방 중앙공격수가 바로 이들이다. 한마디로 우리 몸의 ‘등뼈’나 같다. 이들은 우선 체격이 좌우 날개들보다 크고 듬직하다. 특히 센터포워드와 중앙수비수는 마치 우람한 한 그루 나무 같다. 그들이 그곳에 딱 버티고 서 있으면 보기만 해도 위압감부터 느낀다. 축구에서 중앙수비수(센터백·스토퍼·센터하프)가 상대골잡이에게 밀린다는 것은 곧 골을 먹는다는 것을 뜻한다. 요즘 신태용 감독의 한국월드컵대표팀이 자주 구멍이 뚫리는 곳도 바로 이 포지션이다. 이곳이 뚫리면 한순간에 골문이 와르르 무너진다. 한마디로 센터라인은 수비-허리-공격 각 분야의 ​‘짱(키 플레이어)’이다.
 
야구에도 등뼈라인이 있다. 캐처-투수-2루수-유격수-중견수가 그렇다. 이들이 야구경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투수-캐처만 잘해도 나머지 선수들은 별로 할 일이 없을 정도다. 거꾸로 이들이 에러를 하면 그 경기는 이기기 힘들다. 만약 타자가 투수-2루수-유격수를 가르는 땅볼을 때리면 그것은 안 봐도 거의 안타다.
 
봄에/가만 보니/꽃대가 흔들린다//흙 밑으로부터/밀고 올라오던 치열한/중심의 힘//꽃 피어/퍼지려/사방으로 흩어지려//괴롭다/흔들린다//나도 흔들린다//내일 시골 가/가/비우리라 피우리라 –<김지하 ‘중심의 괴로움’>
 
그렇다. 꽃대는 늘 흔들린다. 중심축은 끊임없이 도전받는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 축구의 센터라인은 상대선수들의 타깃이다. 그들을 자꾸만 흔들어야 골문이 열린다. 야구에서도 투수와 캐처는 집중포화 대상이다. 투수가 무너지면 그 게임은 하나마나다. 캐처가 구멍 나면 팀은 한순간에 풍비박산이다. 한국축구는 중심축이 허약하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손흥민 등 전 현직 한국프리미어리그들은 주로 좌우 윙 플레이어로 활약한다. 기성용정도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심라인일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선수들은 다른 포지션에선 국제경쟁력이 있지만 센터라인에선 아직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중심은 늘 괴롭다. 불편하다. 하지만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자꾸만 흔들리고 깨지면서 커야한다. 지레 해보지도 않고 피하기만 하면 쪼그라든다.
 
그렇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흔들리면서 꽃까지 피우기는 정말 힘들고 어렵다. 텅 비워야 한다. 그래야 속이 비어 더욱 꼿꼿한 대나무가 된다. 자꾸만 게워내야 한다. 그래야 대나무처럼 매듭이 생겨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 일단 꼿꼿해야, 매듭이 생겨야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는다. 꺾이지 않아야 꽃을 피울 수 있다.
 
한국사회는 등뼈가 약하다. 늘 중심축이 말썽이다. 중심 잡기는커녕 쪽박을 깬다. 앞으로 나가려는 국민들의 뒷다리를 잡는다. 꽃 피우는 건 아예 꿈조차 꾸지 않는다. 되레 흔들지 말라고 바람한테 고래고래 삿대질이다.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무임승차로 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꽃을 피우려고 한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대한민국은 지금 그 등뼈라인이 끙끙 앓고 있다. 그 중심의 치열한 힘이 시부저기 지쳐가고 있다.
 
 
김화성 칼럼니스트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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