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추위, ‘눈의 살기’부터 빼라!


전국 꽁꽁. 꽝꽝 얼어붙은 연못. 돌을 던지면 “쩡♪∽쩌엉♬∼” 놋주발 소리로 울어대는 얼음판. 소한(小寒). 대한(大寒)보다 더 춥다는 ‘작은 추위’.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 오대산 상원사대웅전 처마에 일렬횡대로 삐죽삐죽 매달린 죽창고드름.
 
고드름의 ‘고’는 송곳(錐·추)을 뜻하는 ‘곶’에서 온 말. 송곳얼음, 꼬챙이얼음이 곧 고드름. 물의 뼈. 그 언젠가 숨죽여 울고 울다가 지쳐 남겼던 ‘눈물 사리.’ 늦가을 ‘우멍눈 사내’의 가슴에서 건져 올린 ‘시린 갈비뼈.’ 시퍼런 초승달 벼리고 벼려 만든 ‘얼음 비수.’ 물안개 억만년 뭉치고 다지어 묵힌 ‘고생대 화석.’ 타는 목마름 축여주는 ‘냉동 물즙.’ 오호라!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은 수정 귀고리.
 
부글부글 들끓는 사회. 눈에 살기 가득. 핏발 선 세상. 저마다 ‘내가 옳다’며 서로 삿대질하기 바쁘다. 모두들 ‘세상한번 바꿔보겠다’며 큰소리 탕탕. 하지만 그러다가 되레 세상에 의해 바뀐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맹수의 왕 사자는 자기 몸속의 벌레한테 잡아먹히고, 쇳덩이는 쇠에서 생긴 녹에게 잡아먹힌다.
 
그렇다. 한 사나이의 생은 ‘고드름 열렸다가 뚝뚝 눈물 흘리는’ 그 정도일 뿐!! 이 세상 모든 미적이 혹은 숨탄것들은 ‘담담한 물맛’의 그 깊고도 오묘한 이치를 안다. 세상을 바꾸려거든 눈의 살기부터 뺄 일이다. 밍밍한 ‘물맛’부터 알아야 할 일이다.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을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 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장석남 ‘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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