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전광판의 술 광고, 당연한가?

[이성주의 건강편지]을지로의 술 광고

서울 한복판 전광판의 술 광고, 당연한가?

1982년 오늘은 야간통행금지가 폐지된 날. 당시엔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길거리에서 방범대원에게 잡히면 경찰서 신세를 지고 벌금을 낸 뒤 풀려났지요. 철창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귀가 전쟁을 벌여야만 했고요.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악법’이 폐기된 것은 당연하지만, 밤새 부어라 마셔라, 술 문화가 확산된 계기가 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고대부터 음주가무를 즐긴 민족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술에 참 관대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을지로 네거리의 전광판에서 술 광고를 봅니다. 술에 취한 친구를 깨워서 또 술 마시는 광고! 실제로는 사고 가능성이 엄청나게 커지는 ‘위험행위’이지만, 화면에서는 모두 즐겁기만 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광고가 온종일 나오는데도,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 우리나라는 정말, 정말 술에 너그러운 듯합니다.
    
이영애, 송혜교,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이민정, 문채원, 아이유, 공효진, 이영아, 구혜선, 이효리, 유이, 효린, 현아, 구하라, 황정음, 신세경, 고준희, 박보영, 신민아, 김희선, 수지, 김혜수, 전지현, 설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여성 연예인치고 술 광고 안 한 사람이 드물지만 서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술 광고에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시됩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25세 이하는 광고에 출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리게 보이는 사람도 광고에 출연하지 못합니다. 굳이 법적 규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기인이 술 광고를 해서 음주를 조장해선 안 된다는 것이 사회 전체에 통용되는 암묵지(暗黙知·Tacit Knowledg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젊은 스타의 주류 광고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중의 반발 때문에 좌초됐지요.

    
우리나라에서 한 해 술 때문에 생기는 직접 피해액만 20조 원이 훨씬 넘습니다. 과음은 간에만 주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알코올은 뇌, 심장, 뼈와 관절, 신장, 방광, 대장 등 온몸을 파괴합니다. 술은 또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검사 성추행’을 비롯한 온갖 비행, 부조리, 사고와 연관돼 있습니다. 술 때문에 사고가 나서 자신뿐 아니라 온 가족이 눈물짓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미련스럽게 주량을 자랑하고 술을 강권하면서 음주운전과 주사(酒邪), 사고는 비난하는 문화, 이중적이지 않나요?
    
곳곳에서 ‘술 한 잔’ 유혹합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문제가 생기면 술로 풉니다. 실제로는 술로 문제가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또 대학 들어가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술입니다. 축제에서 술장사로 돈을 벌어 그 수익금으로 술을 마십니다.
    
술의 장점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의 술 문화에 대해서 냉정해져야 할 때 같습니다. 저만의 옥생각일까요? 오늘 아침에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보게 될 술 광고, 내년 이맘때에도 또 봐야할까요?  

금주의 장점 10가지

술 때문에 실수가 잦다든지, 한 잔 시작하면 제어가 안 된다면 끊는 것이 최선입니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안 마신다고 하면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엔 그렇지도 않습니다.
    
①‘몸 망침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술, 담배, 스트레스, 운동부족은 서로가 서로를 부른다. 술을 끊으면 나머지도 제어하기 쉽다. 특히 흡연자는 담배를 완전히 끊기 쉬워진다.
②24시간이 길어지고 삶이 풍부해진다. 애주가들은 “술을 안마시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지만 술 마실 시간에 음악, 미술, 서예, 독서, 운동 등을 하면 오히려 단조로웠던 삶이 재미있어진다.
③경제적이 된다. 술꾼들은 다른 돈은 아까워하면서 술값은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술값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각종 부대비용, 사고 수습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아낀 돈으로 좋은 데 쓸 수 있다.
④판단력이 좋아져서 업무성과가 좋아진다. 또렷한 정신에서 일을 보면 업무 효율이 쑥쑥 올라간다. 선진국에서는 조직의 리더가 절대 취해서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술을 안마시면 영업이나 대인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대부분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⑤가정이 포근해지고 부부관계가 좋아진다.
⑥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술꾼들은 스트레스나 골칫거리가 생기면 술로 푼다. 결국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문제의 원인을 다른 데 돌리기 십상이다.
⑦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술로 인한 실수가 줄어들면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⑧사회가 깨끗해진다. 불륜, 향응, 패거리문화 등은 대부분 술자리와 연관돼 있다.
⑨신체의 병 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장애 등 마음의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술은 우울증과 자살의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치매 발병률도 뚝 떨어진다.
⑩진짜 친구를 찾을 수 있다. 술을 끊으면 ‘술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가슴을 나눌 친구가 주위에 남는다.

<제486호 ‘베토벤 바이러스’ 참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1920년 오늘 태어난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가 연주하는 쇼팽 발라드 1번입니다. 둘째 곡은 2009년 오늘 소녀시대가 발표한 앨범 《Gee》의 동명 타이틀곡입니다. 개다리 춤 바람을 다시 일으킨 노래죠?

♫ 쇼팽 발라드 1번 [미켈란젤리] [듣기]
♫ Gee [소녀시대]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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