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집, 개똥철학, 철학의 차이는?

[이성주의 건강편지]우상과 지혜

똥고집, 개똥철학, 철학의 차이는?

철학(哲學). 한자 뜻대로라면 ‘밝은 학문.’ 영어는 ‘Philosophy.’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 번역되죠? 1561년 오늘 영국에서 태어난 프랜시스 베이컨은 지혜를 뜨겁게, 뜨겁게 사랑한 철학자였습니다.

    
베이컨은 아마 세상의 잣대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서양철학자일 겁니다. 영국 왕 제임스 1세의 도장을 관리하면서 법무장관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랐고 남작, 자작의 작위를 받았지요. 그러나 왕권과 의회 권력이 대립했던 당시 의회에 의해 뇌물을 받은 ‘적폐세력’으로 몰려 기소됩니다. 베이컨이 낭비벽이 심해 빚을 갚기 위해서 뇌물을 받았다고도 하고, 그때에는 법관이 금전을 받는 것이 관례여서 정치적 희생양이었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베이컨은 “나는 지난 50년 동안 가장 공정한 재판관이었지만, (나를 기소한) 이 판결은 최근 200년 동안 의회가 내린 가장 공정한 판결”이라며 처벌을 달게 받아들입니다. 그는 런던탑에 갇혔다가 곧 풀려납니다.
    
역사에서는 베이컨을 정치인보다는 위대한 철학자로 기억합니다. 당시 학자들은 스토아 철학이나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논리학을 통해 ‘진리’를 이끌어냈는데, 베이컨은 명저 《신기관》(Novum Organum)에서 이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당시 학자들은 논리학의 최대무기였던 ‘삼단논법’으로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다 △A는 사람이다 △따라서 A는 이성적 동물이다! 식으로 진리를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베이컨은 A가 사람인지 아닌지, 사람이 이성적 동물인지 아닌지 관찰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진리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관찰이나 실험을 거치지 않은 맹목적 인식을 ‘우상’(idola)이라고 불렀습니다. 중고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지요? 
    
베이컨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진리를 찾는 ‘귀납법’의 체계를 세웠는데, 이는 근대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합니다. 하지만, 베이컨도 후대 철학자에 의해 부정됩니다. 귀납법으로 확정했다고 믿은 ‘진실’도 ‘진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9999만 마리 까마귀가 검은색이어서 “까마귀는 검다”는 명제는 ‘참’이라고 했는데, 어느 날 흰색 까마귀가 발견되면 이 명제는 ‘거짓’이 되니까요.
    
근대와 현대의 수많은 철학자들이 ‘진리’를 찾고 있지만, 어떤 것이 진리인지조차 정답은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곧 진리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자기 끼리의 생각이 옳다는 사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철학적 사유가 빈약해서 똥고집이 센 사람을 ‘자기 철학이 있다’고 박수칩니다.

자신이나 우리가 틀릴 수도, 다른 사람이나 저 편이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이 철학적 사유일 겁니다. 자신이 뭐하는지도 모르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남을 비난하는 것도 ‘철학의 빈곤’에서 오는 현상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서 철학, 지혜에 대한 사랑이 번져야 할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에서 자유로운지?

베이컨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을 네 가지 우상으로 요약했습니다. 저도 뜨끔합니다. 사람이기에 은연중에 이들 우상에 사로잡히기 쉽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인류라는 종(種)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사고가 잦은 것은 잘못된 정치에 대한 징벌” 따위의 생각.
○동굴의 우상(idola specus)=자신의 경험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것. 특정 직업군 사람 몇 사람을 접하고 “그 직업군 사람은 다 그래” 식으로 단정하는 것.
○시장의 우상(idola fori)=사람들과의 교류와 만남에서 생기는 우상. 지역감정, 패거리 악플, 주식시장의 루머나 음모론 등이 대표적 산물.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권위나 전통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의자하면서 생기는 우상. 우리나라에서 황우석 사태는 대표적인 예. 특정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해당한다. 18세기에는 없었던 영화가 ‘극장의 우상화’를 강화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오늘의 음악

오늘이 생일인 두 가수의 노래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1949년 태어난 스티브 페리가 리더보컬이었던 ‘저니’의 대표곡이죠? ‘Open Arms’입니다. 둘째 곡은 1931년 태어나 수많은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소울의 황제’ 고(故) 샘 쿡의 노래입니다. ‘Wonderful World.’

♫ Open Arms [저니] [듣기]
♫ Wonderful World [샘 쿡]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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