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가을의 마음을 전하세요

[이성주의 건강편지]10월 엽서

누군가에게 가을의 마음을 전하세요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이해인 수녀의 ‘10월 엽서’
 
어느덧 가을의 한가운데입니다. 쑥 올라간 파란하늘과 하얀 열구름, 단풍나무의 울긋불긋한 색조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날씨입니다. 10월도 마루를 넘어서 내리막길, 입안에서 시어가 어물거리지 않나요?
 
많은 시인들이 가을을 노래했지만, 이해인 수녀의 시가 가슴에 울립니다. 학창시절엔 “이게 무슨 시야? 시 닮은 산문이지!” 했는데, 삶이 가을에 가까워지면서 단순하고 쉬운 그의 시에 끌립니다. 따뜻한 사람의 깊은 냄새가 느껴져 좋습니다. 삶과 사람에 대한 소박한 사랑이 글자 한 자 한 자에 녹아있는 듯합니다.
 
오늘은 한 주가 시작하는 날이지만 숨 한 번 크게 쉬고 가을을 느껴보세요. 좋아하시는 시나 음악도 곁에 두시고, 창밖 하늘도 한번쯤 쳐다보시고요.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품기 좋은 날씨, 온몸으로 느끼고 전하는 것도 행복 아닐까요? 

이해인 수녀가 전하는 ‘암 극복 비법’

이해인 수녀는 직장암을 극복하면서 주위 사람에게 힘을 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암은 3, 4명이 평생 한 번 걸리는 병이어서 가족이나 지인 중에 암 환자가 없는 사람이 드믑니다. 이해인 수녀가 환자들에게 알리는 암 극복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①긍정적으로 마음먹는다. 암과 친구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천천히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투병하면 어느새 암과 헤어지기도 한다.
②밝은 환경을 갖는다. 병원에 입원할 때에는 병실에 이런저런 장식도 하고 밝은 기분을 유지하며 최대한 병원생활을 즐기려고 애썼다.
③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를 철저히 믿고 의사가 제시하는 표준 치료를 따른다.
④‘획기적 치료’나 ‘신묘한 음식’에 흔들리지 않는다. 주위에서 무료로 치료해주겠다, 이것 먹으면 효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좋은 음식은 지인에게 나눠줬다. (암에 걸리면 온갖 의료 사기꾼들이 달려듭니다. 특히 돈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면. 절대 눈 돌리지 마세요.)
⑤범사에 감사하고 기도한다. 암 진단을 받으면 낙담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이를 지배하도록 한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⑥몸을 움직인다. 무리하지 않은 한,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산책하면서 걷는 것은 큰 ‘항암제’다.
⑦가급적 웃는다. 웃을 기회를 많이 만들고 함께 웃을 사람을 가까이 한다. 일부러라도 웃으면 몸이 반응한다.
 
<제939호 건강편지 ‘이해인 수녀의 병’ 참조>

오늘의 음악

네덜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 프리데리케 사에이스의 연주로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들어볼까요? 스탄 겟츠의 아련한 테너 색소폰이 일품인 ‘고엽’이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해인 수녀의 시와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 김민기의 ‘가을편지’ 준비했습니다.

♫ 비발디 사계 중 가을 [프리데리케 사에이스] [듣기]
♫ 고엽 [스탄 겟츠] [듣기]
♫ 가을편지 [김민기]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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