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땀흘리고 개발에 땀나는 더위에는 어떻게?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유두절(流頭節)인 어제, 비가 내렸는데도 땅의 열기가 좀체 식지 않았죠? 오늘 태풍 ‘노루’가 일본 열도로 스쳐지나가면서 곳곳에 비가 내리겠지만, 여전히 뜨거울 듯합니다.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일 또는 때를 우리말로 ‘비거스렁이’라고 하는데, 짧은 비거스렁이가 ‘한반도의 체온’을 식히기엔 어림없을 듯합니다.

 
‘열대야’가 대단하지요? 일부 영한사전에 ‘Tropical nights=열대야’로 풀이돼 있던데, 그 사전이 일본 사전을 별 생각 없이 베꼈다는 반증일 겁니다. 영어 사용권에서는 ‘Tropical nights’가 열대지방의 밤이라는 뜻으로밖에 쓰이지 않지요. 열대지방의 야자수와 해변이 떠오르는….
 
열대야는 일본 NHK TV의 인기 기상 캐스터였던 수필가 구리시마 아스시가 만든 말입니다. 일본 기상청에서 이 용어를 받아들여서 ‘하루 최저기온이 25℃인 날’로 정의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파됐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2009년에 오후6시부터 다음날 오전9시까지 최저기온이 25℃인 것을 열대야로 다시 정의했지요.
 
그렇다면 영어로는 열대야를 어떻게 부를까요? 정답은 ‘없다’입니다. 숨 막히는 밤(Stifling night), 뜨겁고 습한 밤(Hot and humid night), 찌는 밤(Sweltering night), 타는 밤(Scorching night), 끓는 밤(Boiling night) 등으로 표현할 따름입니다.
 
영어로는 요즘처럼 더울 때 ‘돼지처럼 땀에 젖는(Sweating like a pig)’다고 하는데, 헉! 돼지는 땀을 별로 흘리지 않지요? 무쇠의 영어가 ‘Pig iron’인데, 용광로에서 무쇠를 만들 때 땀을 뻘뻘 흘리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파생된 관용어로 ‘Sweating like a dog’이 있는데 개 역시 땀이 별로 없지요. 개가 더울 때 혀를 내고 헉헉대는 것은 땀으로 열을 배출할 수 없기 때문인데…. 참고로 개는 날이 엄청나게 더우면 발바닥으로 아주 적은 땀을 내보낸답니다. 해내기 어려운 일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나 드문 일이 발생한 것을 가리키는 ‘개발에 땀 난다’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됐지요.
 
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서양에도 복(伏)날과 비슷한 말 있다는 것 아시지요? 서양에서는 요즘처럼 더울 때를 ‘개의 날들’Dog days)이라고 부르지요. 그리스 로마의 점성술에 따라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열기와 태양의 열기가 합쳐질 때 무더위가 생긴다는 겁니다. 이 무렵 개가 혀를 내밀고 학학~대는 것이 연상되지 않나요?
 
이런 저런 얘기를 펼치면서도, 덥습니다. 에어컨 바람 없는 주말 사무실에서 이 글을 타이핑하고 있는 제 손가락에서도 땀이 나는 듯, 키보드가 끈적끈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냉수를 자주 마시며, 억지로라도 시원한 기억 떠올리며 미소 지어야 합니다. 이런 날, 불쾌지수는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오르니까, 괜히 짜증내고 화내면 그야말로 개의 날에 어울릴 따름이겠지요? 

선비의 더위 이기는 8가지 방법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를 황중환 조선대 교수의 그림으로 소개합니다.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괜찮은 여름이지요? 아니면, 그때가 더 멋진 여름이었을까요?

 
  

오늘의 음악

더위쯤은 떨칠, 넓고 시원한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로드 스튜어트의 ‘Sailing’입니다. 영화 ‘갈매기의 꿈’에서 닐 다이아몬드의 음성으로 ‘Be’ 준비했습니다. 복날 찜통더위, 어서 가라는 뜻에서 플로렌스 앤 더 머쉰의 ‘Dog Days Are Over’ 곁들였습니다.

♫ Sailing [로드 스튜어트] [듣기]
♫ Be [닐 다이아몬드] [듣기]
♫ Dog Days Are Over [플로렌스 앤 더 머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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