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기타리스트가 급사한 이유

봄의 들입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기 계면쩍었을까요? 토요일, 입춘(立春)이 살금살금 왔지만, 일요일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오늘도 바람이 따갑습니다. 내일 전국 곳곳에 눈발이 흩날린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추위엔 따뜻한 청주(淸酒) 생각에 침을 꼴딱 넘기시는 분도 계시겠네요.

    
술은 인류의 보물이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하지요. 2011년 오늘(2월 6일)은 대한민국을 사랑한, 북아일랜드의 세계적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가 술의 힘을 못 이기고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게리 무어는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 내한공연 때 천안함 장병들을 기리며 ‘Still Got the Blues’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꼭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요. 이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는 1983년 대한항공기 007기가 옛 소련 전투기에 격추되자 《Victims of the Future》 앨범을 내고 동명의 노래와 ‘Murder in the Skies’로 소련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무어는 6년 전 오늘 스페인의 휴양도시 에스테포나의 한 호텔에서 심장이 멎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음악계에서 충격이 컸습니다. 전날 밤에 저녁을 먹고 연인과 함께 해변을 산책한 뒤 침실에 들어갔는데, 과음이 화근이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무려 0.38%였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알코올 농도 0.4~0.5%는 치명적인 상태로 보는데, 이 범위를 넘지 않아도 생명을 잃을 수 있지요.
    
무어는 17세 때 록밴드 ‘Skid Row’의 멤버가 됐고, 이때부터 필 라이노트와 우정을 쌓습니다. Thin Lizzy의 리더로 명성을 떨쳤던 필 라이노트는 알코올에 젖어 살다가, 게리 무어보다 25년 앞서 37세의 나이에 헤로인 중독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게리는 술잔을 채우면서 친구의 빈 자리를 잊었다고 합니다.
    
술은 많은 예술가들을 단명하게 했습니다. 꼭 예술가뿐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알코올 피해국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TV와 옥외광고에서는 아이돌스타가 음주를 권하는 영상이 넘칩니다. 술 권하는 것을 인정으로 여기고, 술 취하는 것을 멋으로 여깁니다.
    
의학적으로 소주나 위스키 2~3잔, 맥주 2~3컵, 와인 2잔을 넘으면 과음입니다. 그렇다고 애주가가 이 이하로 마시면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즐거운 술자리에서 맹숭맹숭한 사람은 왕따 당하기 십상이지요. 절주문화가 확산되면 ‘지나친 음주는… 감사할 따름’이라는 술집 주인은 울상일 게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취하지 않은 채, 마음을 열고 즐겁게 지낼 방법은 없는 걸까요? ‘술 권하는 사회’에서 멀쩡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
 

나는 모주망태? 건전음주자?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서 너무 관대합니다.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하면서도, 음주사고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난하는 이중적 문화를 갖고 있지요. 알코올중독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문화, 여러분은 어떤가요? 술을 제어할 수 있나요?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가 의심된다면 꼭 술 끊으시기를! 

오늘의 음악

오늘은 과음의 희생자, 우리나라를 무척 사랑했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의 음악 세 곡 준비했습니다. 무어의 대표곡인 ‘Still Got the Blues’와 ‘Parisienne Walkway’ 그리고 옛 소련의 KAL 기 격추에 항의한 ‘Murder in the Skies’ 이어집니다.

♫ Still Got the Blues [게리 무어] [듣기]
♫ Parisienne Walkways [게리 무어 & 필 라이노트] [듣기]
♫ Murder in the skies [게리 무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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